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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봉양농협 논란은 결국 민주주의 문제"

[인터뷰]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등록 2023.04.26 12:11수정 2023.04.2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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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최현주 기자.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최현주 기자.충북인뉴스

충북 제천 봉양농협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홍성주 봉양농협 조합장의 갑질을 비롯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고, 한국노총에 소속된 정규직 노동자들은 예년처럼 앞으로도 800% 성과급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 조합장 등 농협 측은 오는 28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결정될 제1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현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봉양농협엔 노동문제 이외에 그 이면에 가려진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협동조합의 근간이 되는 수익창출 방법과 민주적인 운영방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36년간 홍성주 조합장 '그늘'에서 조합원들은 스스로 의견을 내거나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대다수 사업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조합원들은 고령화됐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임에도 봉양농협에선 농민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농협 내에서 조합원(농민)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노동자들의 노동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조합원의 살아있는 목소리와 실제적인 활동이 없다면 농협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내·외부에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뿐 아니라 농협 경영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외부에서는 농협이 설립된 본질과 취지를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부터 봉양농협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비상임조합장 임기 무제한, 가장 큰 문제"


- 봉양농협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비상임조합장 임기가 무제한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봉양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상임 조합장 제도를 악용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연임이 제한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현재 이 법안은 발의되어 있고 조만간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상임조합장은 명예직이지만 인사권도 가지고 있고, 급여도 높습니다. 권리는 권리대로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비상임조합장 제도가 좋은 취지로 도입됐지만, 악용되고 있습니다. 조합장 임기가 오래되면 대의원이나 이사들도 조합장 사람들로 조직될 가능성이 있고 여기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으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목소리가 묻히게 됩니다."

- 봉양농협 노동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연히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처우에 불만이 있을 것이고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노동이 존중되는 농협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농협은 농민들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개인의 처우개선을 넘어서 농민들을 위해서, 농민들과 어떻게 하면 상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노동자들도 농협이 농민의 조직이 되기 위해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동안 농협 직원들이 자기 연봉을 높이고 수익의 대부분을 임금으로 할당하며 정작 농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역사가 오래돼 왔기 때문입니다. 농협의 노동자들은 협동조합의 활동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봉양농협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당장 봉양농협 조합원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부의 힘만으로 안 될 경우에는 외부 세력과도 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고 조합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조합원들이 직접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농협이 중앙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설립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조합원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결국 농협 내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조합원들의 역량강화로 경영위기를 극복한 농협의 사례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농협 노동자들과 함께 농협의 장기발전 계획도 세우고 품목별로 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가격도 정하는 등 경제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역량이 있는 농협은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조합장의 역할과 마인드는 무엇보다 중요하죠. 조합원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조합장이 조합원을 교육시키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는 봉양농협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봉양농협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농협 노동자들은 조합원들과 동반자 관계로 반드시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농협 임원들은 노동자들에게 투자를 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농민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봉양농협은 노동자를 위한 처우개선과 농민사업을 병행해야 합니다."

-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에서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나요?

"법제도 개정을 비롯해 조합원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답게 농협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교육과 조직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협 내에서 건강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주로 전국농민회총연맹, 농민단체, 노조 2곳(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노조)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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