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민음사
어느 날 그는 꿈속에서 용왕의 초대를 받아 용궁에 간다. 그곳에서 글을 짓고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한 서생은 용왕에게 구슬과 비단을 선물 받는데 꿈에서 깨보니 품속에 선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후 한 서생은 명산에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이후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다. 이후 전국을 떠돌다 세조 11년에 경주 금오산에서 칩거를 시작하며 <금오신화>를 써 내려간다. 그런데 여기 실린 다섯 가지 이야기 중 죽음이 아닌 방식으로 결말을 내는 것은 '용궁부연록'이 유일하다.
주인공 한 서생은 생육신 중 한 명인 자신을 빗댄 듯하다. 한 서생은 꿈에서 깬 뒤 현실 속 입신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역사에 기록된 김시습의 삶도 마찬가지다. 김시습의 생애에서 볼 수 있듯,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실망한 누군가는 결국 방랑의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뉴스가 너무 많다. 복합적인 경제위기를 외면한 채 후퇴하는 민생·복지 정책, 억울함과 막막함으로 세상을 등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지지부진한 정치개혁 논의, 고조되는 한반도의 전쟁 위협, 굴욕적 한일 정상회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 미국의 도·감청 의혹까지.
이런 소식을 연이어 접하면서 문득 "누군가는 한 서생처럼 방랑자가 되고 싶어지진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부디 지금의 답답한 소식들이 누군가를 한 서생으로 만들지 않길 바라면서, 오늘 오래전 읽었던 <금오신화>를 다시 펴보려 한다.
금오신화
김시습 (지은이), 이지하 (옮긴이),
민음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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