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찜 전자레인지에 간편 조리한 양배추 찜.
한제원
양배추 4분의 1통 정도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쪄서 쌈으로 먹었다. 작게 잘라 한입 크기로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면 아이들도 한두 번은 먹는다. 그 닥 좋진 않은 표정이지만 식판에 있는 음식 한두 번은 먹기로 한 약속은 잘 지키는 아이들이다.
언젠가는 양배추의 달큼한 맛, 쌈장이나 고기, 하다못해 고추참치라도 곁들인 양배추 쌈의 참 맛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어릴 때 그랬듯, 아이가 더 커서, 채소의 쓴 맛에 어느 정도 둔해지고, 본연의 단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미각이 발달하면, 조금 더 크면 자연스레 채소의 맛을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자투리 양배추는 볶음 요리에 넣거나, 다져서 계란말이에 넣어 먹었다. 그렇게 양배추 한 통을 남김없이 해치웠다. 사놓고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며칠을 냉장고에서 미동도 없이 지내면서도 하나도 상하지 않은 양배추에게 고맙다. 양배추를 실처럼 가늘게, 혹은 조금 더 두껍게 원하는 굵기대로 채칠 수 있게 해주는 채칼도 고맙다. 아마 나에게 칼과 도마만 쥐어 주었다면 이런 양배추 요리들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양배추 한 통을 다 먹고 숙제를 마친 기분인데 또 양배추를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맛있는 채소, 몸이 부쩍 쇠해졌는데 토마토와 함께 삶아서 해독주스를 해 먹어볼까 생각 중이다. 이번 감기가 독하긴 독한지 다 나은 듯 완전히 낫지 않고 있고, 몸과 마음이 부쩍 쇠약해진 느낌이다. 몸과 마음에 독소가 쌓였나, 싶어서 해독주스 생각이 난다. 몸의 독소보다는 마음의 디톡스가 필요할 것 같은데 몸에 좋은 채소를 먹으며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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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과 독서, 집밥, 육아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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