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쭝잎 나물' 한 접시에 행복한 봄입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추억의 나물을 무치며

등록 2023.05.04 10:47수정 2023.05.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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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멈추었던 산책을 가기 위해 월명공원으로 향했다. 남편은 날마다 다니던 운동을 봄이 되면서 바람이 분다고, 미세먼지가 많다고 나가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편하면 더 편하려 몸을 사린다.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먼저 서둘러 공원을 가자고 졸랐다. 오랜만에 오게 된 공원은 어느 사이 녹음이 짙어져 딴 세상이다. 초록의 물결이 넘치고 나무들이 싱그럽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공원 입구로 들어가는데 시골 아주머니 한 분이 보따리에 올망졸망 나물들을 가지고 나와 팔고 있다. 

그중에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나물이 있다. 오, 쭝잎. 반가워 이름을 부른다. 가죽나물 혹은 참죽 나물로 불리는 쭝잎 나물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예전에는 시골마을에 드문 드문 쭝잎 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골에서도 보기 드물다. 세상이 변한 만큼 시골 풍경도 변하고 우리가 먹었던 식재료도 달라졌다.
 
오늘 사 가지고 온 쭝잎나물 오랫만에 쭝잎나물을 샀다.
오늘 사 가지고 온 쭝잎나물오랫만에 쭝잎나물을 샀다.이숙자
 
쭝나무는 대부분 높다. 쭝잎을 따려면 낮을 대나무에 묶어 딴다. 그래서 그런지 봄이면 잠깐 나오는 쭝잎을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남편은 원래 나물 반찬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러나 쭝잎나물 만큼은 좋아하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봄이 오면 꼭 쭝잎나물을 해 주었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들도 쭝잎나물을 잘 먹는다. 쭝잎은 특이한 향이 있어 못 먹는 사람도 있다.
  
쭝잎 나물은 줄기와 잎을 분리해서 삶는다. 다듬어 놓은 쭝잎 나물
쭝잎 나물은 줄기와 잎을 분리해서 삶는다.다듬어 놓은 쭝잎 나물이숙자
 
어쩌면 쭝잎 나물은 우리 집 추억의 음식이라 말 할 수 있다. 아주머니는 쭝잎을 넉넉히 가지고 오셔 팔고 있다. 나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 아주 넉넉히 샀다. 삶아 냉동실에 넣어 놓고 가끔 먹고 싶을 때 무쳐 먹으면 될 것 같아서다. 봄철 며칠이 지나면 잎이 질겨 나물로 먹기는 알맞지 않다. 쭝잎은 마트에서는 파는 걸 본 적이 없다. 재래시장에 시골 어른들이 가지고 나오는 곳을 찾아야 살 수 있는 봄 나물이다. 
 
무쳐 놓은 쭝잎나물 삶아 놓은 나물을 고추장 된장을 넣고 무쳤다.
무쳐 놓은 쭝잎나물삶아 놓은 나물을 고추장 된장을 넣고 무쳤다.이숙자
      
봄에 잠깐 만나는 쭝잎 나물을 밥상에 올린다.

1. 쭝잎은 바구니에 담아 놓고 줄기와 잎을 분리해서 떼어낸다. 
2. 잎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굻은 소금 한 줌 넣고 삶는다.
3 삶은 쭝잎은 찬 물에 한번 헹구어 물기를 꼭 짠 후 
4 고추장 된장에 마늘 참기름 통깨를 넣어 무치면 색다른 향과  맛있는 나물 반찬이 된다.

다른 나물과 비교가 되지 않게 맛있다. 지난해도 쭝잎을 보지 못해 먹지 못했는데 올해는 어쩌다 쭝잎을 만나 넉넉히 삶아 냉동고에 보관해 놓았다. 이제는 아무 때나 먹고 싶으면 냉동고에서 꺼내 무쳐 먹으면 된다. 작은 것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마음 먹기 따라서 사람 사는 일은 작은 일에도 풍요를 느낀다.

곧 있으면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또 가을이 오면은 겨울도 찾아온다. 일 년 삼백 육십 오일을 매번 먹고 사는 일이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삶의 순환이다. 계절에  맞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소소한 기쁨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어도 고마움이 없는 삶은 행복이 없는 삶이라 말한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고맙고 또 고맙다. 나는 오늘 한 접시의 쭝잎 나물에 더없이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다시 뜰 것이다. 또 내일을 최선을 다해 살면 그만이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봄 나물 #쭝잎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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