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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식목일'을 아십니까?

5월 10일 바다식목일, 국민 공감대 형성 부족 - 일회성 행사로 제정 취지 안 보여

등록 2023.05.08 12:53수정 2024.05.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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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하는 날이죠?' '언제입니까?'

바다식목일에 대해 질문하면 돌아오는 답변이다. 4월 5일 식목일은 알아도 바다식목일은 모른다는 거다.

바다식목일은 매년 5월 10일로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점차 황폐화되고 있는 해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12년 해양수산부가 5월 10일로 지정한 기념일이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오염 등으로 사막화되고 있는 바다를 살리기 위한, 매우 의미있는 기념일이다. 

당시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은 "우리나라는 식목행사를 통해 전 국토를 푸르게 가꾼 나라로 바다식목일을 시작으로 우리 바다를 아름답고 풍요로운 바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며 "해양수산부장관으로서 우리 바다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가꾸는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이렇다 할 성과나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은 형편이다.

바다가 사막처럼 변하고 있다
 
다시마 숲과 스킨스쿠버 해조숲은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고 건강한 지구환경을 조성한다
다시마 숲과 스킨스쿠버해조숲은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고 건강한 지구환경을 조성한다진재중
    
바다 사막화란 해조류가 병들어 죽고 바다 밑에 살아가는 생물이 감소해 바다가 사막처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 때문이다.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암반이 흰색으로 보이게 되는데, 해조류가 병들어 죽고 바다 밑에 살아가는 생물이 감소해 바다가 사막처럼 변하게 된다. 해저 생태계의 황폐화는 해조류와 수산생물을 동시에 감소시켜 수산자원의 고갈을 촉진한다. 
 
 하얀 암반위에 성게,불가사리 등 조식 동물만이 보인다, 강원도 고성 앞바다
하얀 암반위에 성게,불가사리 등 조식 동물만이 보인다, 강원도 고성 앞바다이성우, 수중촬영전문가
 
사막화 현상의 효과적 대처 방안은 '해조숲 조성'이다. 해조숲이란 다시마와 감태, 모자반 등의 해조류가 육상의 숲처럼 무성하게 자라난 해역을 말한다. 해조숲은 해양생물의 기초적인 먹이를 제공하는 공간이자, 산란장 역할을 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온실가스를 줄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정부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해조숲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2009년부터는 연안의 갯녹음을 방지하고 생태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의 해조숲 조성 사업이 전국 연안에서 시행됐다. 앞으로 2030년까지는 260개소 5만4000ha의 해조숲을 조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문제는 바다 밑에서 진행되는 사막화 현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육상의 산림이 황폐화하면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바다는 사막화되는 곳은 찾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처도 쉽지 않다.

해조숲을 조성하는 것은 산에 숲을 조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육상의 나무는 적합한 수종을 골라 산에 심으면 된다. 반면에 바다는 해조류를 암반에 이식하거나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복잡한 과정과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


해조숲을 조성한 경험이 있는 이성우씨(64)는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 것은 육상에 나무를 심는 것에 비해 몇십 배의 어려움이 따른다"며 "해저 지역을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이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여기에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소수에 그친다. 수중생태전문가 육성과 과감한 예산 투자가 있어야 바다숲 조성이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적지조사, 해양환경.저질분포 및 조식동물 서식도를 조사한다,
적지조사, 해양환경.저질분포 및 조식동물 서식도를 조사한다, 이성우, 수중촬영전문가
 
바다숲 조성을 위한 종묘 이식은 예산 배정에 따른 여러 가지 행정 절차 등의 요인으로 인해 봄철이 지난 이후에 사업이 시행된다. 따라서 유엽 이식 개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바다숲 조성은 동해안에서 많이 하고 있지만 해조 종묘는 주로 완도나 진도에서 생산하고 있어서 장거리 운반과정에서 나타나는 건조나 열상을 피할 수 없다.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김형근 명예교수는 "해조류는 종류마다 포자방출 시기가 달라 해조숲 조성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문제해결 방법으로 바다숲 조성지 인근에서 해조종묘를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또한 바다숲 조성 시기에 맞춰 예산을 좀 더 탄력성있게 운영해 해양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역숲, 5월인데 끝녹음이 시작됨, 강릉 등명 앞바다
미역숲, 5월인데 끝녹음이 시작됨, 강릉 등명 앞바다진재중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각 해역별 특성도 다르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갯벌이 주류를 이룬다. 남해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어장이나 양식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동해는 해저 수심이 깊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으로 다양한 바다생물과 해조류를 만날 수 있다.

동해안 해역 특히, 북부 해역은 단년생인 다시마, 미역, 괭생이 모자반 등이 주로 해조숲을 이룬다. 현재 해조숲 조성용 해조류는 감태, 대황, 곰피 등 주로 다년생 대형 갈조류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다년생 해조류가 시설지 주변에 서식하고 있지 않을 경우 해조류 확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해양적지조사를 하고 있는 전찬길 대표는 "해조숲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선 생태, 환경적 정밀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해조류의 특성과 이식 시기, 방법 등을 좀 더 세밀히 연구해서 각 해역 특성에 맞는 안정적인 해조숲 조성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친환경공법으로 암반에 이식하는 해조류, 강릉 경포 앞바다
친환경공법으로 암반에 이식하는 해조류, 강릉 경포 앞바다21세기 해양개발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앞두고 다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나 이벤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에서 주최하는 '제11회 바다식목일 기념 대국민 공모전'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올해 제11회 바다식목일 기념식은 '우리가 그리는 바닷속 우리가 꿈꾸는 바다숲'이란 주제로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다.

강릉 정동어촌계장 정상록씨(75)는 "어민들도 모르는 바다식목일"이라며 "1년에 한 곳에서 하루 행사하고 마는데 이렇게 해서는 아무런 효과를 볼 수가 없다. 정부와 관련 기관, 어촌계가 한마음이 돼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바다식목일 하루, 반짝행사로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바다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진다. 바닷속은 황폐화되고 있다. 1년에 사막화하는 바다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7배다. 바다식목일을 앞두고 범 국민적 관심 속에서  갯녹음 해역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산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미역숲, 동해안은 주로 미역, 다시마 등 단년생이 주류를 이룬다. 고성 문암 앞바다
미역숲, 동해안은 주로 미역, 다시마 등 단년생이 주류를 이룬다. 고성 문암 앞바다진재중
 
 
 바다숲과 스킨스쿠버, 바다숲은 해양관광자원과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숲과 스킨스쿠버, 바다숲은 해양관광자원과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진재중
 
덧붙이는 글 산림황폐화가 심각해 식목일을 4월5일로 지정했다. 식목일은 정부차원에서 산림녹화에 심혈을 기울여 10여년만에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 바다식목일도 올해로 11년째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국민들은 바다식목일 조차도 모른다. 심각해지고있는 해양환경을 들여다 보고 바다숲 조성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바다숲 #바다식목일 #5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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