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수라갯벌 가는 길군산공항 쪽에서 수라갯벌 입구를 향하는 길에 미군기지가 위치하고 있다.
김규영
날이 궂다.
4월 29일, 잔뜩 찌푸린 하늘이 언제 비를 뿌릴지 모르니, 서두르기로 한다.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군산평화박물관이 준비한 2023년 첫 번째 군산미군기지생태평화답사는 '미군기지 바닷길'이다. 전국 각지에서 왔다는 참여자들 소개도 뒤로 미루고 인원수 확인 뒤, 바로 걷기 시작한다. 옆에서 걷는 분과 인사와 안부를 나누니 혼자 온 내게도 동행이 생긴다.
미군기지 바닷길
'미군기지'가 붙어 있으니 애초부터 '바닷길'의 낭만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대신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곱씹어 본다. 나는 휴전상태의 대한민국에서 미국 군대가 주둔한 기지 근처에서 살고 있다. 만약 중국과 국지전이라고 발생하면 바로 가까이에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먼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는 셈이다. 나는 무엇을 믿고 이토록 여유로웠던 것일까.
미국이 세계 곳곳의 안보를 챙긴다면서 해외로 파견한 병력 중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가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주한미군이 평택과 대구 중심으로 정리·재편되고 있다는데, 중국을 코앞에 둔 군산 미군기지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군산공항 앞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미군기지 철조망 앞에 이르니, 군산공항과 1.3km 떨어져 있다는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실감할 수 있다. 두 공항 사이에 유도로가 만들어진다고도 하고, 관제탑도 하나만 있을 것이라고 하니, 지금 걷고 있는 수라갯벌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걸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