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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의 '불법파견' 유죄... "20여년 죗값 치고는 너무 가벼워"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노동자에만 가혹한 사법부 정의, 누굴 위한 건가"... 9일 규탄회견 예고

등록 2023.05.08 18:21수정 2023.05.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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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옥동에 있는 울산지방법원
울산 남구 옥동에 있는 울산지방법원 박석철
 
같은 공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과 처우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지난 2004년 9월 노동부는 127개 업체, 9234개 공정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후 비정규직노조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불법파견 철회·정규직화 요구를 이어갔다. 파업과 공장 점거 농성, 송전탑 고공농성을 이어갔지만, 비정규직 활동가들에겐 손배소송, 해고와 형사처벌 등 보복이 돌아왔다. (관련 기사 : "20미터 철탑 위 농성... 생리현상이 가장 어렵습니다")

노동부 판정 뒤 약 19년 만인 지난 5월 4일, 울산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와 책임자들에게 파견법 위반으로 총 8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6단독 최희동 판사는 4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차 전 사장 A씨에게 벌금 3000만원을, B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현대차 법인에게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2012년 10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 첫 밤을 보낸 18일 아침,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이 건재하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던 모습.
2012년 10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 첫 밤을 보낸 18일 아침,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이 건재하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던 모습.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법원 판결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아래 비정규직노조)는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비정규직노조는 8일 이를 두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범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차별해 온 죗값치고는 너무도 가벼운 처벌"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러한 불법 범죄를 바로잡고자 투쟁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년간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과 구속·수배 그리고 징계·해고에 시달리며 청춘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며 "심지어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숨을 끊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렇듯 자본가들에게는 관대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한 사법부의 정의는 누구를 위한 정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따라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3개 지회(울산·아산·전주)는 자본가에 편향된 윤석열 정권과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노조는 오는 9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형사재판 1심 선고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을 남구 옥동울산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진행 예정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금속노조, 불법파견 중단 촉구 2022년 10월 27일 오후,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양재사옥 앞에서 불법파견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날 오전 대법원은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일한 현대·기아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금속노조, 불법파견 중단 촉구2022년 10월 27일 오후,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양재사옥 앞에서 불법파견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날 오전 대법원은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일한 현대·기아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연합뉴스
 
현대차 불법파견, 위반 판결 나기까지

한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3개 지회(울산·아산·전주)는 지난 2004년 5월, 울산지방노동사무소(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현대자동차의 파견법 위반에 따른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2004년 9월, 노동부는 127개 업체, 9234개 공정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2007년 1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범죄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2010년 최병승 조합원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 대법원은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내렸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2012년 현대자동차를 파견법 위반으로 재고소·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2015년 현대자동차를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현대차 하청노동자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재판이 미뤄졌다.

이어 지난 4일 울산지방법원 측이 현대자동차와 책임자들에게 파견법 위반으로 총 8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비정규직노조의 반발을 불러왔다. 
#현대차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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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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