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영역은 어떨까. 검찰의 반란?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건 유권자가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된 원인은 뭐였나.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 조건을 누가 만들었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다.
문 정부에서 본격적인 검찰개혁을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하는가? 2019년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언제 들어섰는가? 2017년이다. 정권의 운명을 건 것처럼 대했던 검찰개혁을 가장 힘이 셌던 임기 초에는 방치하다가, 2019년 중순에야 갑자기 조국 장관이 나서야 했던 원인은 뭘까.
원인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엔 검찰개혁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럼 그 상황에 대한 원인은? 적폐수사부터 해야 했으니까. 문재인 정부 임기 초엔 오히려 검찰 덩치를 팽창시켰다. 특수부도 마찬가지다. 검찰개혁 하기 전에 일단 자기들 역시 '잘 드는 칼'을 써먹어야 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인 기수 파괴까지 감수하면서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게 누군가. 문 정부다. '검찰개혁하라고 총장 임명시킨 거다', 같은 말은 하지 말자. 검찰개혁은 조국이 적임자라 무리해서라도 장관 시켜야 한다고 하던 민주당이다.
검찰개혁을 먼저 하고 적폐청산하면 안 되는가? 혹은 동시에 진행하면 안 되는가? 여기에 안 된다고 답하면 '적폐수사는 검찰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므로,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당위를 설파하던 논리가 무너진다. 검찰 없이는 적폐수사 못 한다는 얘기가 된, 검찰 힘을 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비대한 검찰권력을 분산하고 수사 기소권을 분리해도 '적폐'는 청산할 수 있다는 논리여야 민주당에 일관성이 있는 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안 했다. 자기들 나름대로 칼질을 다 하고 나서, 개혁한다고 나섰다.
바로 이런 지점이 문 정부와 민주당의 '재수없음'이 누적되는 과정이었다. 자기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틀리고. 별로 윤리적이지도 않으면서 매사 자기를 '윤리적이고 개혁적이고 저항적인 포지션'에 두려는 자의식에 사람들이 재수없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걸 내로남불이라 부르든 오만과 독선이라 부르든 본질은 같다.
젠더갈등의 경우... 지적은 해왔지만, 정책은 편 게 있었던가
젠더갈등은 어떨까? 건조하게 인과관계를 복기해보자. 진보진영에선 '이준석이 이대남 갈라치기를 하고 혐오정치를 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일까?
젠더가 갈라쳐져 있는 건 이준석이 대표 출마하기 전부터 그랬다. 이미 넷페미니즘 조류는 2015~2016년 무렵부터 일어나고 있었고, 2018년께엔 그에 대한 반작용도 극에 달했다. 엄청난 젠더갈등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2019년엔 이런 일도 있었다. 기자가 관련 사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그때 대통령이 뭐라고 답했냐면 '젠더갈등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특별한 거라고 생각 안 한다'였다.
갈등을 조정해서 사회적 합의를 창출하는 게 정치인데, 진보진영은 정부도 정당도 역할을 방기했다. 조정되지 못한 갈등은 해소되지 못한 증오로 분출됐고, 이준석은 거기에 올라탔다. 그의 정치에 대한 비판은 별도로 하더라도,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젠더 갈등을 방치한 건 민주당이란 이야기다.
불이 나 있는데 진화하지 않은 본인들 책임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막상 불길이 자기들한테 옮겨붙게 되니 '이게 다 이준석 때문'이라며 남탓을 하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것밖에 안 된다. 그리고 애초에 민주당은 넷페미니즘 조류를 정치적 이익이 되도록 이용하려고만 했지 실제 여성이 살기 좋은 정책을 펼쳤던가? 말만 그렇게 하고 지자체장이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니까 유권자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태도',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민주적 절차의 원칙', 젠더갈등이 아니라 '젠더갈등을 대하는 자세'를 문제 삼았다. 이런 '재수없음'이 쌓이고 쌓여서 유권자들이 '행정부, 입법부, 지방정부에 몰아줬던 압도적인 힘'을 민주당은 스스로 털어 먹었다.
윤석열을 잉태했었던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