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청 앞에 세운 천막.
유이계
충남 삽교호 소들섬 구간의 송전철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당진시민들이 시청 앞에서 또다시 피켓을 들었다.
당진은 전국에서도 송전탑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현대제철과 당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시에는 526개의 송전철탑이 세워져 있다. 시민들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소들섬 만큼은 '철탑 없는 청정지역' 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전력 측이 소들섬 인근에서 송전철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시민들과의 갈등의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진시민들은 모내기로 한창 바쁜 시기에 최근 매일 아침 당진시청 앞에서 "공사 구간을 원상복구하고 송전철탑을 지중화하라"고 요구했다.
유이계(우강면)씨는 "소들섬과 그 주변에서 법정보호종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는데도 한전은 철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농번기에도 피켓을 들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한전은 지난해 공문을 통해 법정 보호종이 나오면 공사를 중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송전탑에 전기가 흐르는 것도 아니다. 한전은 지금이라도 송전철탑 공사를 멈추고 (당진시와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 측은 지난해 9월 공문 형태로 '당진시 공사구간 내 법정보호종 주요서식지 확인시 보호대책안'을 제출했다. 해당 대책안에는 '공사 구간내 법정 보호종 주요 서식지 확인시 즉각 공사 중지, 주요 서식지 확인 및 피해 발생 우려 내용 파악, 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 계획 수립 후 금강유역 환경청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에도 소들섬 주변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가 발견됐다.
유씨는 "지난 5월 6일과 7일, 이른 아침에 소들섬 인근과 논에서 7마리의 저어새를 발견했다"며 "송전철탑공사로 법정보호종인 야생생물조차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주민들의 철탑 지중화 요구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전 측은 최근 <오마이뉴스>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4월 3일 소들섬 인근에서 열린 '소들섬 철탑공사 반대' 주민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국전력 측 관계자는 "(소들섬 인근) 철탑을 지중화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