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들
백세준
그런데 이게 웬걸? 검색창에 '장난감 수리'만 쳤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앞 상가 건물에 장난감 수리 센터가 있었다. 평소 자주 가던 건물이었음에도 관심 없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필요해지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신난 마음에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내가 알아본 곳은 키니스장난감병원이며 인천에 지점이 2개(서구점, 주안점)가 있는데 서구점은 방문 수리만 가능하다. 수리 예약은 블로그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진료 예약', '입원치료 의뢰서', '퇴원'과 같아서 장난감을 그저 물건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다루는 것 같아 좋았다.
나는 블로그에 적혀 있는 대로 진료 예약을 하고 아픈 장난감을 들고 방문하였다. 그때도 드라이버를 들고 나사를 조이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분이 맞이해주었다. 알고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정년 퇴직자 등이며 자원봉사 형식으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표정과 말투에서 어딘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장난감을 입원시켜 치료를 받고 이틀 후에 퇴원시킬 수 있었다.
수리뿐만 아니라 교환도 가능
또 이곳은 아픈 장난감을 치료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루해져서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며칠 전에는 안 그래도 몇 개 없는 장난감인데 그것마저 아들이 지루해해서 교환하고자 했다. 교환해서 가져갈 수 있는 장난감들을 따로 모아뒀는데, 전혀 중고 같지 않고 새것처럼 반짝거렸다.
장난감 수리센터를 방문한다는 건 장난감을 버리지 않고 아껴 쓰고 누군가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나눠쓰고)을 내가 바꿔쓰고 다시 쓰는 과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아나바다 운동)' 슬로건이 전국적으로 퍼졌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IMF 경제 위기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드니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쓸만 한 물건이면 공유하는 등 알뜰한 소비를 권장하는 개념이었다.
경제상황이 IMF 경제 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내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물가는 끝없이 오르고 있다. 내 월급만 오르고 있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장난감을 고쳐쓰고 바꿔쓰며 아끼는 생활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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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개구리 장난감을 갖고서 '내원'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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