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지난 14일 양금덕 할머니가 입원 중인 광주 모 병원을 찾아 1층 로비에 남긴 쪽지. 할머니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5일 쪽지를 공개하면서 "할머니는 정부의 제 3자 변제안 수용 거부 의사가 확고하다. 고령의 피해자 괴롭히기를 중단하라"고 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일제 강제동원 관련 정부의 제 3자 변제안 수용을 거부하는 생존 원고 2명의 뜻을 돌리기 위해 광주광역시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외교부 당국자가 면담을 위해 자택을 찾은 이는 광주에 거주하는 양금덕(95) 할머니와 이춘식(103) 할아버지로 이들은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에 대한 위자료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피해자는 정부가 '2018년 대법원 판결의 해법'이라고 제시한 제 3자변제안 수용을 줄곧 거부하면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사죄,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 14일 오후 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 등 3명의 당국자가 사전 약속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광주시 서구 양동 양금덕 할머니 자택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알렸다.
당시 양 할머니는 광주 지역의 한 병원에 한 달이 넘도록 입원 중이었고, 이 소식을 들은 서 국장 등은 양 할머니 가족의 거부에도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물론 가족 면담이 무산되면서 1층 로비에 홍삼 선물과 쪽지를 맡겨 두고 갔다고 한다.
서 국장 명의의 쪽지에는 안부를 묻는 내용과 함께 "허락해 주신다면 다시 찾아 뵙고 궁금하신 점을 설명드리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서 국장 등은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에 거주하는 이춘식 할아버지 자택을 찾았다가 역시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시민모임은 "이춘식 할아버지는 103세, 양금덕 할머니는 95세 고령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일에는 소송 대리인이나 지원단체 또는 가족이 배석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며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불쑥 고령의 피해자를 찾아가는 것은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회유해 (관련 서류에) 사인하도록 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했다.
단체는 "피해자들은 이미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외교부의 이번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피해자 괴롭히기"라며 "외교부는 무례하고 치졸한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