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달 25일 방사성 물질이 담긴 오염수를 상징하는 드럼통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 중인 한 환경단체 회원.
권우성
부산 기초의회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핵오염수) 반대 결의안이 잇따라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구의원들이 정부의 검증 과정을 옹호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인 탓인데, 더불어민주당은 "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오염수 방류 임박인데... 본회의 문턱 못 넘은 결의안
지난 9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저지, 정부의 강력대응 촉구 결의안'이 부산 북구의회에 상정됐지만 여야 표결 끝에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 구의원들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28만 구민의 뜻을 담아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이 이처럼 행동에 나선 건 도쿄전력의 해저터널 굴착 작업 완료로 132만t에 달하는 오염수의 방류가 임박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핵오염수에 부정적인 시민 여론과 부산의 지리적 환경의 문제 등 안건 제안설명에 나선 손분연 민주당 북구의원은 기초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호소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선 일방적 방류결정 철회를, 우리 정부·국회를 상대로는 저지를 위한 모든 방법 강구를 요구했으나, 결의안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하면서 끝내 채택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비판까지 결의안 문구에 포함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할 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침묵과 회피로 일관해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라는 내용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장수 구의원은 "시찰단 파견 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일방적) 정부 비난, 여론 호도는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부산 기초의회의 핵오염수 결의안 통과 좌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일에는 수영구의회가, 지난달 21일에는 부산진구의회가 같은 결정을 내렸다. 두 의회도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결의안을 놓고 똑같이 의결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부정적 의견을 표시하면서 채택이 무위에 그쳤다.
대신 국민의힘 의원 일부는 본회의 5분 발언으로 맞대응했다. 조병제 수영구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지키지 않는 오염수 방류 우려를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정치권이 한일 양국의 노력을 폄훼하고 '반일팔이'에 집착해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는 터무니없는 모략, 언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단 태도다. 부산 민주당 내 대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당리당략적 판단의 결과로 바라봤다. 이지오 민주당 부산시당 대학생위원장, 안영성 남구갑 대학생위원장 등은 "이들이 정치적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염수 문제에 여야가 어디 있느냐"라고 반발했다.
이번 논란을 공론화하는 과정도 이어진다. 부결사태를 놓고 민주당 각 기초의회 원내대표들은 조만간 공동으로 언론에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조준영 민주당 부산시당 원내대표협의회 회장은 "일본과 인접한 해양도시 부산에는 너무 중요한 사안인데, 총선이 다가오니 눈치만 보는 것 같다. 자치와 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찰단이 다녀오면 그 결과를 갖고,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