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용산 시내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앞서 6시 32분 서울시에 경계경보 발령과 함께 대피 안내 문자가 발송됐으나, 행안부가 곧이어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오늘(31일) 새벽 6시 40분쯤, '위급재난문자'가 울렸다.
"[서울특별시]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10여분 뒤, 째지는 듯한 경보음이 또 한 번 울렸다.
"[행정안전부]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한창 깊은 잠을 자고 있던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라 경기를 할 뻔했단다. 뿐인가. 큰 소리에 놀란 아이를 달래느라 평화로운 아침은 물건너 가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런 가정이 어디 내 친구뿐이랴.
나는 그 시간에 이미 깨어 있었지만 놀란 건 매한가지였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나름의 긴 고민 끝에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문자를 꺼둔 상태였다. 누군가는 안전불감증이라며 비난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 몸 만큼이나 중요한 정신 건강을 지켜야 했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경보음은 내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한 번 놀라면 손발이 떨려 일도 할 수 없었다. 겨우 진정시켜도 머지 않아 비슷한 경보음이 또 들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내 스마트폰은 재난문자 수신을 받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으나 우렁찬 경보음이 울렸다.
귓전 울린 날카로운 소리... 무딘 메시지
그 시각, 나는 한창 헬스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시속 10킬로미터의 속도로 뛰다가 경보음에 놀라 다리가 휘청거렸다. 얼른 정지 버튼을 눌러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으나 까딱 잘못했으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얼른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난감해 하고 있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귓전을 울리던 날카로운 소리와 다르게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고 무디기만 했다. 대체 무슨 일로 경계경보를 내린 것이고, 대피 준비를 어떻게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도통 알 수 없었다.
모호한 메시지 때문이었을까. 서로 눈만 멀뚱멀뚱 바라보던 사람들은 다시 하던 운동을 재개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찜찜한 마음은 거둘 수 없었다. 이러다가 참변을 겪기도 한다고, 안전불감증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뉴스를 수백 번은 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해도 옳은 행동 지침을 알 수 없었다. 나 혼자 피하면 되는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짐도 내팽개치고 땀에 절은 몸으로 당장 뛰어간다 해도 집까지 적어도 10분은 걸리는데 길은 안전한가? 여기가 더 안전한 것은 아닌가?
꺼림칙한 마음으로 운동을 재개한 지 10분쯤 뒤, 다시 같은 경보음이 울렸다. 이전에 보낸 것이 오발령이었노라고. 나는 더 이상 운동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평소보다 이르게 중단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엔 객쩍은 생각을 했다. 혹시 오발령이 또 오발령이었다고 문자가 오진 않을까?
경보 이유라도 밝혔으면 난처함까지 느끼진 않았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