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달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직처분을 받은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희훈
- 지금 심경이 어떤가?
"감사원 감사 이후 검찰 수사 그리고 구속영장 청구, 불구속 기소, 면직, 일련의 절차들이 차곡차곡 진행돼 왔다고 생각한다. (면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착잡하다. 기본적으로 (방송통신위원장은) 임기를 보장해 놓은 규정이 있는데, 임기 2개월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면직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렇게까지 (압박)할 만한 사안이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였다."
- 임기는 7월 31일까지다. 그러니까 두 달(5월 31일 면직) 남겨놓고 면직을 한 건데?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많은 기관장들이 있다.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축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공영방송 경영진 그리고 공영방송 보도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정부 여당에서 경영진 교체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 아니냐, 교체의 시급성을 느끼고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도 있다."
- 1일 대통령실의 면직에 대해 면직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헀다.
"부당함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소송을 했다. 면직 사유에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은 내용이나 절차상 부당한 처분이다. 방통위법 6조에 보면 위원장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방통위법 8조에는 (위원장이 아닌) 상임위원 면직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8조 사유를 적용해서 면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면직 사유를 중첩 적용하게 되면 상임위원 면직 사유에 더해 탄핵소추라는 위원장 면직 사유가 추가된다. 오히려 강하게 신분이 보장돼야 하는 위원장을 상임위원들보다 더 약하게 신분을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8조(위원면직사유) 규정을 적용해 면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통령실이 (면직사유로) '중대범죄'라고 했는데,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 뼈저리게 느꼈다"
- 이성윤 검사장은 '윤석열 사단' 수사의 특징을 토끼몰이라고 표현했다. '목표를 정해놓고 끝까지 판다, 그리고 언론을 활용해 수사 대상자를 고립시킨다'는 거다.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수사를 받으면서 어땠나?
"수사 초기부터 직원들이 조사를 받으면 내가 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위원장이 뭐라고 하더냐' 이런 내용의 (검찰측) 질문이 이어졌다. 언론을 이용해서 여론몰이를 한다는 건 뼈저리게 겪고 있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내가 말했다고 주장하는) '미치겠네'가 제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다. SNS에 글을 올리더라도 '미치겠네'라는 댓글을 다는 분들이 꽤 있다. 이것은 범죄 혐의 사실에 포함이 안 되는 내용이다. 공소가 제기된 사실에서 (TV조선 재승인 점수)를 조작했다거나 수정 지시했다는 내용이 아예 없다. (언론사 기자들도)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 토끼몰이식 수사가 목표를 정하고 하는 수사, 그리고 언론을 이용하는 수사라고 한다면 같은 경험을 한 셈이다."
-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권에 임명된 기관장들을 축출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라고 축출이라는 표현을 썼다. 면직을 일단 당했는데, 그러면 다음 타깃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1차적으로는 (KBS, MBC 등) 방송사 사장들이 될 것이다. 이쪽(여당)에서 공언을 하지 않나. 방통위원장 교체는 시작이고, 이제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 얘기하고 있다. 그 실질적인 내용은 뭐겠나, 결국 현재 경영진을 조속한 시일 내에 교체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공영방송을 비롯해)정부가 지배력을 가진 연합뉴스TV나 연합뉴스 그리고 YTN도 있다. (이들 언론사 내부에서 나오는) 사장 퇴진 요구와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파업 사태와 해고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절절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