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누리타운은 보건소와 연계해 노인 건강 체크 서비스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입주민들은 누리타운의 장점으로 보건소 인접을 꼽았다.
김혜리
초기단계에 운영조례를 만들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든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장성군 관계자는 "군의회와 공공주택 지원 운영조례를 만들었는데, 당시 장성에 있는 모든 임대주택의 평당 가격을 분석했다. 누리주택은 고령층이 입주하는 만큼 임대료 등을 기존 (장성의) 임대주택의 50% 수준으로 책정했다"면서 "관리비도 30% 이상 군에서 지원할 수 있게 했다"고 부연했다.
당시 장성군의회 의장이던 차상현 군의원은 "장성 누리주택은 어떤 정권이나 지자체장의 성과에서 그치면 안 된다. 장성군에서 먼저 꾸준하게 지원하기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고 했고, 의회에서 검토해 승인했다"면서 "조례 덕분에 지자체장이 누가 되든 상관없이 누리타운 지원은 꾸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누리타운 내 경로식당은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시설이다. 경로식당은 하루 평균 180여 명이 무료 또는 1000원의 식대로 점심을 이용하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적어도 하루 한 끼, 어르신의 끼니를 챙기자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장성군 관계자는 "누리타운을 통해 어르신 돌봄이 지역사회의 몫이라는 걸 보여줬다. 지역에 어르신을 위한 주거가 공급된다면 이들의 고립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공 지원으로 인한 운영상 어려움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 150가구, 180여 명이 거주하는 누리타운의 관리인원은 현장 소장 2명, 경비 2명, 청소 1명으로 최소 적정인원이다. 때문에 입주자들은 관리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차상현 군의원은 "관리 인원 부족과 관련해 여러 민원이 있었다. 하지만 군 예산이라 관리 인원을 늘리기 쉽지 않아 해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부연했다.
경로식당도 180여명 분의 점심을 조리사 3명이 만드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광역시는 여러 단체도 있고 기업 봉사도 나와서 식당 보조인력이라도 있다. 작은 군 단위는 얼마 없는 노인 공공근로 등 보조 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70대 이상이다. 그마저도 흔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령층 최고의 복지, 편안하고 안전한 자신의 집"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도 장성 누리타운 식의 주거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지자체별 상황과 재원 마련, 지역사회 분위기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실제 장성과 함께 지난 2015년에 공공실버주택 시범사업에 선정된 한 지자체는 입주는커녕 준공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잇따른 설계변경과 예산 확보 문제도 있었지만 일부 주민들이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 노인이 거주하면 생활환경 침해가 걱정된다"고 반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군 관계자는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없다. 모두 늙어가는 처지라 주민들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다만 몇몇 지역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생활환경 수준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우려해 공공실버주택을 반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령층에게 최고 복지는 안전하고 편안한 자신의 집이다. 일부 반대 때문에 지자체가 공공실버주택 도입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상현 장성군의원은 "고령층을 혐오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군이든 광역시든 지역 사회에서 어르신 돌봄을 실천하고, 지역 의회가 앞장서 기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자체 상황에 맞춰 공공실버주택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령층 비중이 높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도심에 꼭 자리해야 하는 곳 등 상황이 다 다르다. 고령층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계층의 노인이 많다는 뜻"이라며 "지금은 차상위계층, 무주택자만 공공실버주택에 입주 가능한데 기준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상황, 환경을 고려한 맞춤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