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2013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과 각군 사관생도, 기계화 부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희훈
과거 국군의날 행사 참가 경험을 비춰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열병식이었다. '사열'은 고정 위치에 서 있으면 되는 반면, '분열'은 단상을 지나가는 순간의 오와 열, 대각선까지 맞춰야 하는 고난도의 훈련이다. 일반 시민 앞을 지나는 시가지 행진은 행사장에서 귀빈을 상대로 한 열병식에 비하면 그날의 마무리 행사에 불과했다. 편의상 사열, 분열, 시가지 행진을 모두 열병식으로 통일해서 부르기로 한다.
과거 전쟁에서 군대의 조직적인 행진은 전투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리스 군대의 '팔랑크스'와 로마 군단의 '프린키페스' 등은 대열 이동이 곧 전투력이며 겁에 질린 병사들의 전투 이탈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과거 전투 진형이 현대에선 '열병식'의 의장 행사 형식으로 유지돼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선 열병식을 매년 거행하다가, 5년 단위로 축소했다. 이후 '행사 준비 비용과 장병 피로도 등 사유'로 축제 형식으로 유지했다. 군대의 예식도 국력과 시대상을 반영해 변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생존 전투에서 통상 약한 동물은 보호색을 써서 강하게 보이려고 한다. 군대도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군 전력을 강하게 보이도록 했던 효과가 있었다. 지금 우리 군대는 한국형 무기체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다엔 이지스급 구축함과 214급 잠수함이, 하늘은 F-15와 F-16이 지키고, 땅에는 각종 K계열의 무기가 있다.
우리 군도 대규모 행사를 통해서 강군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미국을 보자. 미국은 열병식 행사를 하지 않아도 모든 나라가 인정하는 군사 강국이다.
열병식과 국력·전투력은 별개... 행사는 행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