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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월화수목금 다 당했어요...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학교 폭력 근절 대표선수 표예림씨 "10대 시절 뺏긴 '나다움' 찾기, 도와드리고 싶어요"

등록 2023.06.20 11:53수정 2023.06.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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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2년 동안 월화수목금 다 당했어요.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걸까요? 전 그 이유가 궁금해요."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한 사연을 공개한, '현실판 더 글로리'라 불리는 표예림(27)씨의 말이다. 표씨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러셀' 임무에 도전하고 있다. 러셀이란, 겨울철 적설기 등반 때 선두에서 눈을 다져 길을 만들면서 나가는 일을 뜻한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표씨는 현재 학교폭력 근절에 앞장서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난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표씨는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12년간 당한 학교폭력과 가해자들에 대해 폭로했다. 당시 후속 보도와 기사가 쏟아졌지만 표씨가 피해 사실을 밝힌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이야기는 언론에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표씨가 걸어온 길을 5월 3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들을 수 있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나다움' 찾기, 돕고 싶어요"
 
 지난 5월 3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표예림씨.
지난 5월 3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표예림씨.이예원
 
표씨는 현재 유튜브 채널 <표예림>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나다움'을 찾을 기회가 없어요. 10대 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학교폭력으로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학교폭력 피해자들 20, 30대가 되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요. 그런 과정을 경험한 사람이니 '이러면 조금 더 쉬웠다, 편했다, 어떤 건 별로더라'라며 경험을 통해 알려드리고 있어요."

표씨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법 공부에 한창이다. 본업인 미용사로 근무하는 날에도 "예약이 없는 시간에는 학교폭력 사안이라든지 학교폭력에 관련된 법률적인 내용이 담긴 책을 공부한다"고 전했다. 그는 "청원 5만 명 달성이라는 그 시작을 응원해 주셨으니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표씨는 지난 4월 10일 '학교폭력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는 조항을 폐지해 달라'고 국민동의청원을 올렸고 5만 명의 동의수를 달성한 바 있다. 

표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UN에서도 우리나라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권고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체면이 중요한 나라라 그런지 아직 폐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계속 두드리다 보면 결국엔 폐지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전했다. 또 학교폭력 공소시효 기산점 변경에 대해서는 "아동이 (폭력 당할) 당시에 학교 폭력을 당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후 법적 대응을 결심하면, 구제할 방안이 있어야 하기에 아동 성폭력처럼 성인이 된 시점으로 공소시효 기산점을 봐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법률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의 실질적인 학교 폭력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표씨는 "학교 폭력 실태조사를 모바일 QR코드를 통해 동시에 한다면 조금이나마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해자들이 사과하면 전 용서할 거예요... 왜냐면"

표씨는 현재도 부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미용실 운영에 유튜브, 법률공부까지. 버겁진 않을까. 그는 "미용실이 예약제라 예약이 없으면 일찍 퇴근하고, 피곤하면 잠도 잔다"며 웃어보였다. 

표씨가 미용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학교폭력 때문이었다. 야간자율학습 때 가해자들과 만나지 않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방과 후 수업이 되게 무섭더라고요. 그걸 피하려고 학원을 많이 알아봤어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미용 학원은 안 다녀봤으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하게 됐죠.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보면 교과수업 때 시계만 쳐다보게 돼요. 다른 학생들처럼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쉬는 시간이 오는 것이 무서웠죠. 그러다 보니 수업에 집중이 잘 안 됐고, 떨어지는 성적을 보며 미용 말고는 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그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은 없을까. 표씨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40대 이하인 분들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계시지만 그 이상의 분들은 사실 '애들끼리 치고 받고 싸울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지금의 학교폭력은 치고 받고가 아니라 그냥 '치고'의 상황이에요. 한 아이를 상대로 집단 폭행을 해요. 갑과 을이 완벽하게 존재하는 거죠. 그런데 (국민 청원에 올린대로) 법을 바꿀 수 있는 건 40대 이상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 윗분들이 심각성을 알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인터뷰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인스타도 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을 만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녀가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현실에서 재현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그 '법'과 맞닿아 있다. 

"문동은처럼 복수하기엔 우리나라에는 제약이 너무 많죠. 우리나라는 가해자들을 위한 법이 조금 더 많아요. 직관적으로 항상 피해자들은 정말 못 참아서 신고하는 건데, 법을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처벌이) 가벼워요. 반면, 신상 공개를 하면 개인정보 침해, 초상권 침해 등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너무 커요. 미국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요. 우리나라는 (문동은 같은 복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예전에는 무조건 선생님께 말씀드려라, 도움을 요청하라는 태도였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힘들더라도 증거를 모으는 게 무조건 중요해요.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증거를 먼저 충분히 모으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세요."
 

마지막으로 표씨에게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 있겠냐' 물었다. 

"저는 사과하면 용서는 할 거예요. 용서하지 않으면 제가 더 힘드니까요. 제 10대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으니까요.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하루빨리 용서를 구하기를 바라요. 가해자들이 사과하면 영상으로 찍어서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변조를 해서 유튜브에 올릴 거예요. 그것 자체가 예방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가해자는 이렇게 된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하면 안 된다' 알 수 있게요. 이렇게 사과받을 수 있고, 어떤 게 학교폭력인지 알려주면 아이들은 배우지 않을까요?"

그녀가 그토록 듣고 싶다는 '미안해' 한마디. 이 역시 지금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들과, 과거 기억에 머물러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표예림 #학교폭력 #더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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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3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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