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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그대로... 시민단체 "법적 대응"

19일 지명위원회 열어 '부결' 의결... 합천군민운동본부 "전국 폐지운동 전개"

등록 2023.06.19 19:46수정 2023.06.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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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 "일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
경남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 "일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윤성효
 
경남 합천군 지명위원회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日海) 공원' 명칭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에 '새천년생명의숲'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 시민단체는 법적 대응과 함께 전국적으로 일해공원 명칭 변경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합천군은 19일 오후 소회의실에서 지명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명위원회는 2021년 12월 일해공원 지명을 새천년생명의숲으로 바꿔 달라는 주민발의에 따라 열렸다.

지명위원회는 전체 7명 위원 중 개인 사정 등으로 불참한 2명을 제외하고 5명이 참석해 의결했다.

합천군은 "회의 참석자들은 일해공원 명칭을 존치하자는 의견과 명칭을 변경하자는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는 가운데 지명을 제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부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천군은 "공원 명칭에 대해 수년간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주민의견을 모을 수 있는 토론회 또는 공론화를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는 등 군민이 원하는 공원명칭을 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합천군 지명위원회는 '새천년생명의 숲' 지명 제정안에 대해 지난해 두 번의 회의를 하였으나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법적 대응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6월 19일 오후 합천군청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6월 19일 오후 합천군청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고동의
 
시민사회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합천군농민회, 여성농민회, 가톨릭농민회, 공무원노동조합조 합천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천지회, 농협노조 합천지회, 함께하는합천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합천군청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률과 규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합천군,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지명위원회 의결은 안타깝게도 우리가 예측한 결과 그대로이다"며 "존치와 변경이 대립되어 지명제정이 적합하지 않다면 부결시킬 게 아니라 재공모해야 하는 것이지, 공원지명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을 부결하는 것이 옳은가? 변경을 부결시키면 존치 측 손을 들어주는 셈인데, 양측 대립 상황에서 한쪽 손만 들어주는 의결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라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합천군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일해라는 지명이 죽어도 싫지만 일해를 지키고 싶어하는 합천군민들이 계시니 일해라는 지명을 제정해서 상급기관에 상정하라'고 누차 얘길 했다"며 "그러나 합천군은 반려될 게 뻔한 일해 지명을 상정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낸 것이 오늘의 회의 결과이다. 상급기관 심의를 피하기 위해 지명을 의결하지 않고 우리가 제출한 안만 부결시키는 꼼수를 쓴 것인데 그 좋은 머리는 혈세 먹튀 방지에는 왜 안 쓰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지명위원회는 '공원명칭에 대해 수년간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주민의견을 모을 수 있는 토론회 또는 공론화를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는 등 군민이 원하는 공원명칭을 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운동본부는 "오늘 합천군 지명위원회는 법률과 정부 업무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직 일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편법과 꼼수를 부린 것이다. 지금 당장은 편법과 꼼수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국민들이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의 노력과 힘이 부족해 오늘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된 점을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더불어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합천군을 상대로 법률적 대응 뿐 아니라 양심과 상식이 있는 주민들과 함께 일해공원 폐지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합천군은 경남도 예산을 포함해 합천읍 황강변에 2004년 8월 공원을 준공했고, 당시 잠정 명칭으로 '새천년생명의숲'으로 불렀고, 2007년 1월 일해공원으로 바꾸었다. 합천은 전두환씨 고향이다.
#합천군 #새천년생명의숲 #일해공원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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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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