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노동시민사회장’이 21일 엄수된 가운데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일 건설노동자 양회동이 분신 사망 50일만에 장례식을 치렀다. 그는 중학생 쌍둥이 남매를 둔 평범한 아빠이기도 했다. 쌍둥이 남매가 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옮긴다.
딸의 편지
"아빠께. 안녕? 아빠. 나 아빠가 너무 좋아하는 딸이야. 너무 어릴 때부터 떨어져서 살고 가끔씩만 봐서 그런가, 아직도 그냥 떨어져서 사는 것 같고. 실감이 잘 안 나. 그래도 가끔씩 집에 있다 보면 아빠랑 지냈던 순간들이 기억 나고, 그립고, 보고 싶기도 해. 아빠가 '여행가자', '나중에 섬 가서 살자' 약속했던 말들이 기억나. 근데 나중에 여행가고, 섬에 가면 아빠는 그 자리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 또 아빠가 외식하자고 했던 것도 거절하고 내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항상 내가 거절한 것 같아서 후회도 돼.
늘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가 너무 사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먼저 표현하지 않아도 계속 다가와서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 해줘서 고마워. 늘 커서 효도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빠에게 잘한 점이 없는 것 같아서 후회도 돼. 늘 바라보며 웃으면서 자는 아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나중에 만나면 그때처럼 나 안으면서 웃어줘.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해." 사랑하는 딸.
아들의 편지
"안녕 아빠? 나 아빠 아들이야 그동안 너무 무관심해서 미안해. 아빠는 항상 나랑 재미있게 지내고 싶어했는데, 나는 그 마음도 몰라주고, 너무 차갑게 대했어. 우리 집에서 아빠만큼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 아빠는 정말 마음 좋고, 착한 아빠였어. 가족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들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워. 근데 나한테는 아빠가 후순위였던 것 같아. 미안해. 그리고 너무 후회돼.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빈자리도 알게 됐어.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이제 깨달은 것 같아. 이제는 내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야 돼. 내가 완벽히 채우는 것은 어렵겠지만, 노력해볼게.
그리고 나 요즘 아빠 꿈을 조금씩 꾸고 있어. 6월 초에 캠핑 가는 날이었는데, 그날 아빠가 우리 앞에 와서 나랑 누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그날 이후, 4번 정도 아빠 꿈을 꿨는데 나머지는 아빠가 들어 오기 전에 깨더라고. 다른 꿈은 금방 잊어버리는데, 아빠 꿈은 잊혀지지가 않아. 아빠 근데 난 이제 몇 년 뒤에 사회에 나가 일을 해야 돼. 사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걱정이 되긴 해. 내가 우리 집의 가장이니깐, 나도 열심히 살게. 근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두렵기도 하고. 아빠 나는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게. 나중에 꼭 만나자. 미안했고 고마웠어. 사랑해." -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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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동 쌍둥이 자녀의 편지 "나 요즘 아빠 꿈을 조금씩 꾸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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