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카프카 조형물
픽사베이
카프카가 관리 신분이었다는 점은 내게 일종의 동질감을 줬다. 혹시 나도 카프카처럼 뭔가를 꿈꿀 수는 없을까. 답답한 현실에서 어떤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직생활 중 2년 간의 영국 연수가 끝나가던 2000년 여름, 자동차를 몰고 네덜란드와 독일을 거쳐 체코 프라하까지 갔다. 카프카가 살았다는 집과 주변의 황금소로를 둘러봤다. 가슴이 몽글몽글 벅차올랐다. 신구가 조화로운 매력적인 프라하는 내 인생 최고의 아름다운 도시였다.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아직 가지 못하고 있다.
"쓸쓸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여기저기 그 어디든 끼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 그는 골목으로 난 창 없이는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지 못할 것이다." - <골목길로 난 창>
카프카는 현실의 역겨움과 부조리를 견디며 끊임없이 탈출을 꿈꿨다.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힘들었을까. 골목으로 난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서 카프카는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놀랍도록 짧은' 40세에 삶을 마감했지만, 구원의 창이었던 그의 글은 우리에게 크나큰 위안으로 남았다.
"인생은 놀랍게도 짧구나." - <옆 마을>
나는 3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마치고 어느덧 60을 넘겼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은 내게도 일종의 탈출구 같다. 답답한 현실을 견디며 꾸는 꿈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갈 힘과 에너지를 얻는다. 그 일을 할 때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이 조금씩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에 거창한 구원의 손길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어제보다 1cm만 앞으로 나아가도 만족한다는 마음으로 하루의 시간을 채워나가면 되지 않을까. 구원을 향한 카프카의 고단한 삶과 용기 있는 인생 여정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