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효창공원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대중.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대중은 이제까지 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대중연설을 했다. 당시 텔레비전은 매우 귀했기 때문에 라디오로 정보를 접하던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당시 야당의 대중집회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소통의 장이자 익명의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의 장이기도 했다.
김대중은 이러한 국민 일반의 정서를 잘 파악해 1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대중연설을 통해 국내외 각종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도 했고, 울분에 찬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면서 폐부를 찌르는 울림을 주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유머를 통해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김대중의 대중연설은 재밌고 유익했고 감동적이었다. 이러한 대중연설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명사정치에서 대중정치로의 전환을 상징했다. 이제 야당은 대중들과 호흡하면서 대중을 정치전면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김대중은 대선 한 달 뒤에 있던 1971년 5월 8대 총선에서 유진산 파동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신민당의 구원투수로 나서서 신민당의 대약진을 이뤄냈었다. 이때도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의 대중연설능력이었다.
김대중의 대중연설능력은 권위주의 정권이 보기에도 두려운 대상이었다. 그래서 당시 군사독재 정권은 김대중의 대중연설능력을 용공 음해의 하나의 근거로 내세울 정도였다. 쉽게 말하면 김대중은 말을 워낙 잘해서 사람들이 그의 말에 설득되기 쉬운데, 색깔이 의심스러운 자들 중에서 말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김대중의 사상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이 음해의 논리였다.
김대중은 유신 정권 초기 1차 망명기간 중에서도 미국과 일본에서 각종 연설을 통해 반유신민주화를 위한 국제연대활동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1979년 4월에는 아서원연설을 통해 김영삼이 신민당의 총재가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 서울의 봄때도 2차 미국 망명기간 중에도 김대중의 대중연설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래서 군사독재정권은 김대중이 일반 국민들과 접촉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처럼 김대중의 대중연설은 정치사적인 의미가 크다.
김대중의 대중연설, 시청각 자료로 확인할 수 있게 하다
▲ 김대중의 예언 "박정희씨가 승리하면 선거 없는 시대가..."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그런데 김대중의 대중연설능력 및 이것의 역할, 영향력 등은 그것의 실제 가치와 위상만큼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평가받지도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시기 김대중의 연설은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연구자료로서는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요즘처럼 IT기술 발달로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유통되는 시대에 김대중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음성 및 영상 자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절대적으로 보면 상당한 양의 연설 자료가 음성 및 영상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2024년 1월)을 맞이해 2024년 8월까지 순차적으로 김대중의 역사적 연설 20여 개를 선별해서 공개하기로 했다.
시기로 보면 주로 1970, 1980년대 자료이며 1990년대 자료가 일부 포함될 예정이다. 형태로 보면 음성과 동영상이 반반으로 구성될 것 같다. 음성 및 영상 자료를 시기적으로 구분해서 보면 1970년대까지는 음성 자료만 남아 있다. 동영상 자료는 1980년대부터 남아 있으며 2차 미국 망명 시기(1982.12.~1985.2.)와 1987년 민주화 이후 시기에 주로 집중돼 있다.
이 시리즈의 첫 순서로 1971년 4월 18일 7대 대선 서울 장충단공원 유세 연설을 공개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연설의 역사적 의미 등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 이번에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1971년 김대중 장충단 연설' 영상자료는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유튜브 페이지(클릭) 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2NoAlLxJE4&list=PLM3KYQ3ld15FS1VbLvJotxYLv2e-EP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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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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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김대중의 예언 "박정희가 승리하면 선거 없는 시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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