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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 파텔 "인류 소멸하더라도 자본가 손에 의해서는 아니길..."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 소비 부추기는 자본주의 등 고민 나눠

등록 2023.06.30 10:18수정 2023.06.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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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라즈 파텔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29일 라즈 파텔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재환
 
충남 홍성군의 작은 시골 마을에 라즈 파텔이 방문했다. 그는 20대에 국제무역기구(WTO)에서 일했고 현재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정책 대학원 교수(51)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학자 외에도 작가와 사회 운동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지난 28일 서울에서 열린 '2023 경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포럼을 마친 라즈 파텔은 바로 그 다음날인 29일 홍성군 홍동면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라즈 파텔이 '홍동 방문'을 원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라즈 파텔은 생태 농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홍동에는 자본주의적인 삶을 경계하고 유기농업에 종사 하거나, 생태와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는 귀농·귀촌인이 적지 않다.

풀무고등학교를 비롯해 홍동의 곳곳을 둘러본 라즈 파텔은 이날 오후 7시 30분 홍동면에 위치한 밝맑도서관에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연이 아닌 질의응답 형식으로 주민들과 소통했다. 통역은 이현옥 서강대 교수가 맡았다.

홍동을 찾은 그는 자본주의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털어 놨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를 사용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라즈 파텔은 "자본주의가 지구를 죽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이후의 삶, 자본주의를 넘어선 삶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자본주의가 그런 상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자본주의는 유럽의 봉건제도가 무너지면서 나타났다. 당시에도 기후위기가 있었다. 자본주의는 여러 가지 우연들이 겹쳐지면서 나타났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물론 좋은 소식도 있다. 여러분들(홍동주민들)은 자본주의 이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삶을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자본주의 이후의 삶'은 대체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는 라즈 파텔이 아닌 홍동 주민의 입에서 나왔다. 홍동 주민 A씨의 말을 들어 보자.


"내가 아는 분이 있다. 그 분은 두 가지만 해결하면 돈을 많이 벌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한 가지는 교육, 또 다른 한 가지는 의료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시스템(자본주의 포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자녀가 둘이 있다. 둘다 풀무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내게 큰 효도를 했다(웃음).

(우리 마을 주민들은) 건강을 위해서 뜸과 국선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의료체제에 속하진 않지만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방편들이 있다. 우리 마을의 특징은 서로 아는 것을 기꺼이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와 이웃이 많다. (사람들은) 굳이 돈을 들여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자꾸만 체제로 들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일(체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동체가 탄탄하다고 해서 인류가 기후위기를 잘 극복하고 멸종위기를 넘길 것인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대해서도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 나왔다. 자신을 '인류애를 지니고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주민 B씨는 "인류의 생존이 그렇게도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듯이 물었다.

이에 라즈 파텔은 웃음으로 답하면서도 '뼈'가 있는 말을 남겼다.

"어려운 질문이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어느 시점인가에 멸종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딱히 그런 일(인류 멸종)이 일어나길 바라진 않는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웃음). 물론 인류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그것이 자본가의 손에 의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지난 29일 라즈 파텔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방문했다.
지난 29일 라즈 파텔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방문했다. 이재환
 
#라즈 파텔 #라즈 파텔 홍동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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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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