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자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나의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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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 덕분에 체력적 부담을 덜면서도 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있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좀 부럽기도 하다. 별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마셔댄 나의 20대 시절에 비춰보면 말이다. 술자리를 좋아했던 나는 두통, 오심, 속 쓰림 등에 자주 시달리는 일이 흔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자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기에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로 감수하며 말이다.
과음으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 또한 다반사였다. 분명 집에 간다고 일어섰는데 눈 떠보니 동기의 낯선 자취집이었고, 첫 차로 귀가하다가 깜빡 잠들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적도 많았다. 몸을 못 가눠 동기 등에 업혀가기도 했고, 숙취로 끙끙 앓다 다음날 수업을 줄펑크 내기도 했다. 지금도 이런 추억들을 떠올리면 부끄럽지만 한편으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니 숙취해소제가 없었던 걸 꼭 아쉬워할 일만은 아닌지도.
어쩌면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밤새 웃고 떠들다 정드는 일이 많았고, 다음 날 부스스한 몰골로 서로의 정신줄 놓은 일화들을 무용담처럼 나누다 보면 친밀감이 저절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나는 이런 경험들로 주위 사람들에 대한 믿음도 자연스레 키웠던 것 같다. 내 정신이 혼미해도 안전할 수 있구나, 친구들에게 의지할 수 있구나, 세상이 살만하구나, 뭐 그런 믿음 말이다.
숙취로 골골거리다가도 그런 기분이 좋아 또다시 술잔을 기울였던 것 같다. 자고 나면 험한 사건이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 속 편한 옛날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걸 작은 애는 못 느끼는 시대인 것 같아 아쉽다. 숙취해소제 덕분에 언제든 온전한 정신을 챙길 수 있기에 사람과 어울려 사는 재미를 조금씩 잃고 있는 건 아닌지...
사는 재미라면 여행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헌데 여행의 성격도 나의 어린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목적지가 어디든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내비게이션이 있고, 모든 정보가 손 안에서 접속가능한 편리한 세상이다. 당연히 요즘의 여행이란 늘 예측가능, 통제가능이다. 그러니 여행의 중요한 기능이자 목적 중의 하나인 '완전한 낯섬'을 체험할 여지는 매우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