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8일 저녁 부산시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시민 결사반대 7.8총궐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일본영사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김보성
IAEA(국제원자력기구)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한 중인 8일. 부산에선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결사반대" "IAEA 규탄" 등 아우성이 넘쳐났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설비 준비를 마무리하고, 바로 IAEA가 "국제 안전기준 부합"이라는 최종보고서를 내자 지역의 여론은 그야말로 들끓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부산의 도심 행진에서는 70여 미터 길이의 현수막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일본 정부에 향한 성토가 담긴 두 개의 35미터 펼침막은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나란히 펼쳐졌다. 아이들과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부터 여러 단체 회원들이 이를 든 채 일본의 외교공관인 영사관을 에워쌌다.
대열이 후문 앞에서 멈춰서자 경찰의 집시법 관련 경고방송으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일본에 할 말을 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이들은 나란히 선 채로 "바다는 우리의 미래다" "오염수 방류 철회"를 목청껏 외친 뒤에야 자리를 떴다. 일본이 핵폐기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경제성만 내세워 바다를 위태롭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1800명 모인 대회 끝나자, 영사관 앞으로 현수막 행렬
이보다 앞선 오후 6시 부산역 광장 본대회에선 우리 정부·여당을 향한 성토도 쏟아졌다. 이번 주 오염수 반대 부산시민 선언(서명)이 10만 명을 돌파하자 일본방사능오염수규탄부산시민행동,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등은 예고대로 이날 오후 6시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7·8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서명 결과를 공개하고 오염수 대응에 힘을 모으기 위해 지역의 시민단체가 연 첫 대규모 집회다. 주최 측 추산 1800여 명이 참석했다.
"저를 더 착잡하게 만드는 대목은 그 오염수가 괜찮다며 국민을 설득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국회의원들입니다. IAEA와 일본의 믿기 힘들고 불투명한 기준에 통과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하면서 그들은 수조 물을 마시고 회를 먹습니다.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물이 안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피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행사는 공연과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의 자유발언으로 꾸며졌는데, 학생들의 말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A고교를 다닌다는 강태양(17) 학생은 무대에 올라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한 번 내보낸 오염수를 다시 회수할 수 없다. 어른으로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또래의 생각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