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영 대표.
고양신문
"2005년부터 '그림책박물관'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했어요. 우리나라에 출판된 모든 단행본 그림책자료를 찾아서 정리하는 게 목적이었죠. 그때부터 그림책을 조금씩 모으면서 언젠가는 그림책박물관을 만들어야지 하는 꿈이 있었어요. 그러다 2023년 3월 드디어 실현하게 돼 너무 기뻐요."
그림책 표지가 보이게 꾸며진 벽면 서가에는 추천하는 그림책 코너와 신간 그림책이 소개돼 있었다. 책을 어떻게 큐레이션하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그림책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 했어요. 도서관의 십진법분류나 주제별분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 경우 출판사별로 정리했을 때 찾기 쉬운 것 같아 그 방법으로 정리하고, 중요한 작가들은 그 작가의 그림책을 따로 볼 수 있는 코너도 만들었어요."
차분한 얼굴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임해영 대표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원래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집안사정으로 화가의 길은 포기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웹디자이너가 됐어요. '동사모(동화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사이트를 맡아 디자인을 했는데 굉장히 이슈가 될 정도로 유명한 사이트가 됐죠.
그 당시 그림책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만들었는데 높은 퀼리티의 그림에 놀랐고 그림책 작가가 되면 포기했던 그림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그림책 공부를 하고 작가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림책 자료정리가 잘 안 돼 있는 게 안타까워서 그때부터 제가 공부한 그림책을 한 권씩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차츰 사람들에게 알려졌죠."
그러면서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와 그림책 협회에서 이사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그림책박물관의 가장 큰 역할은 자료 정리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역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을 연구하는 분들은 많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부분은 많이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아요. 역사를 지닌 자료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저는 자료 정리에 올인했죠."
이곳에는 <어린이를 위한 세계 최초의 그림 교과서>라는 책이 있다. 근대 교육학의 선구자인 코메니우스는 17세기 황폐화된 교육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어린이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림을 활용한 그림 교과서를 썼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쉽고 재미나게 설명된 이 책은 유럽 전역에 퍼졌다고 한다. 카페 입구 벽면에 그림 교과서 속 삽화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림책 통해 삶의 가치 배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