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쓸려간 제방둑. 충남 청양군 학암2교 부근
이재환
지난 주말 동안 내린 폭우로 금강 하류 지역인 충남 청양과 부여군 등의 피해가 특히 컸다. 폭우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청댐의 방류량이 증가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빗물을 무조건 방류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홍수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류부터 빗물을 버리지 않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홍수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대청댐이 73.99m(상시 만수위 76.5m)로 만수위에 이르면서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은 이날 정오부터 홍수 조절을 위해 대청댐 초당 방류량을 기존 2500톤에서 3천 톤으로 늘렸다.
대청댐 방류 여파는 이날 밤 청양군 일대로 번졌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로 장평면 분향리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청남면 대흥리·인양리·왕진리·아산리 일대의 피해가 커졌다. 또한 목면 화양리 일대의 축사와 블루베리 농가 등이 물에 잠겼다. 배수펌프 시설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비가 내린 탓이다. 게다가 대청댐 방류로 금강물이 불어난 탓에 치성천(화양리로 흐르는 지천)의 물은 금강으로 제때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홍수 피해가 컸던 청양군 남양면 온직리 일대는 올해는 비교적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을의 하천이 정비됐기 때문이다.
노승일 온직3리 이장은 "지난해 홍수로 온직천이 정비되고 일부 지역의 제방을 높였다. 그 덕분에 온직리는 지난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마을에 내린 빗물은 청남면 쪽으로 흐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류인 남양면 일대에 내린 비는 지천을 타고 곧장 하류로 내려간다. 상류지역의 하천 정비는 당장 상류 지역의 홍수 피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하류 지역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청남면처럼 지대가 낮은 곳은 상류지역의 빗물이 순식간에 몰려 올 경우 제방 붕괴나 침수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
이와 관련해 '빗물박사'로 불리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하천을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돌부리와 나무뿌리를 치우는 것이 무조건 좋은 방법은 아니다. 빗물은 위치 에너지로 내려간다. 이 에너지를 막아주는 것이 돌멩이들"이라며 "이것을 모두 치울 경우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어서 빗물이 더 빨리 내려가게 된다. 하류에 물이 모이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교수는 그 대안으로 상류에서부터 물을 가두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든 상류에서부터 물을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저류조를 만들기보다는 (놀고 있는) 산골의 다랑이 논에 물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류의) 산과 논에서 물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빗물이 하류 쪽으로 덜 내려가거나 적어도 천천히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류에서부터 빗물을 최대한 모아 두면 홍수시 하류에 물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하류지역의 침수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그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산에 물모이를 만들고, 논에 빗물을 받아 저장하고, 각 가정에는 빗물저금통(빗물 저장 탱크)을 만들어 빗물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내린 비로 청양에서는 주택 매몰로 1명이 사망하고 23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틀 동안의 평균 강우량도 453.4mm를 기록했다. 시설 피해는 도로 58건, 하천 및 세천 10건, 주택 침수 47건, 축산 피해 농가 17곳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