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전 70년, 다시 평화'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윤종은
미중 전략 경쟁과 한반도 대립 구도 심화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을 한반도 대립 구도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미국에 적극 편승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더 높이고 북한에 대한 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이는 미중 전략 경쟁의 성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한반도 위기에 대한 잘못된 처방에 기초한 접근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관계에 양자택일적 프레임에 기초한 한미동맹 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는 세계의 흐름과 상반된 시대착오적 탈아입구(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나아간다)를 지향하는 셈이다. 미중 사이의 군비경쟁이 지속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동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남주 교수는 따라서 "스스로 양자택일식의 사고방식으로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외교적 자승자박이며 미중 전략경쟁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수준의 협력 공간이 존재하며 이러한 공간을 활용해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제고해가야 한다. 또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여 분단 체제 재공고화 시도를 넘어설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핵문제 연계성의 4대 과제로서 ▲ 비핵화 ▲ 평화협정 ▲ 재래식 군비통제 ▲ 적대인식 해소 및 신뢰 구축: 교류·협력의 지속, 활성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근 남북관계 단절 장기화와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고 핵협상 중단의 장기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신장 및 대남·대미 위협의 증대,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의 변화와 대중·대러 협력 강화 등도 언급했다.
김상기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남북 간, 북·미 간 견해 차가 좁혀지고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추진하되,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와 긴장 완화가 선차적 과제이며, 남북 간 소통·대화 재개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전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어진 토론에서는 고유환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70여년 동안 한국 전쟁을 끝내지 못한 정전 협정에 기초한 질서가 분단 체제로 굳어져 평화 체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중 수교 모델을 원용하여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통한 적대관계의 해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남과 북은 대화의 습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세워졌던 '남북연락사무소'를 다시 열어야 한다. 또 평화협정은 정치·군사적인 것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것 모두를 포괄해야 하고 세대·지역·성별·기후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악화된 안보 환경 속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구동을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남북관계개선(군비통제 포함)의 평화3축 로드맵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