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강당 앞에서 추모객들이 강당 외벽에 국화꽃을 놓고 추모메시지를 적는 등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피 업무도 있습니다. 바로 담임입니다. 30여 명의 담임 반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과 60여 명의 보호자들에 대한 부담감을 어떤 사람이 좋아할까요? 가장 많은 민원에 노출돼 있고, 업무와 업무 외 시간이 구분되지 않고, 학급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그 사이의 수많은 갈등들의 최종 책임자가 돼 버리는 업무를 어떤 교사가 맡고 싶을까요?
이 때문에 연말이 되면 다음년도 업무 분장을 두고 교사들의 눈치 게임이 시작됩니다. 잠깐만 눈감고 죄책감을 느끼면, 1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죠. '쪽팔림은 순간이다'라는 말이 이만큼 적절한 순간도 흔치 않을 겁니다. 물론 힘든 업무를 자원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결국 업무 분장표는 비담임 업무부터 채워집니다.
상황이 이런데 S초는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교직 경력이 고작 1년이었을 신임 교사가 1학년 담임을 자원했다는 말은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업무 분장이 결정됐고 그것을 교사가 거부하지 않았다고, 관리자는 그것을 "본인의 희망대로"라고 해석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정말 교사가 먼저 나서서 자원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피 업무를 자원했던 사명감 높은 저연차 교사가 생전에 10번의 상담을 요청했을 때, 학교는 어떤 도움을 줬습니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실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6.8%의 교사가 '본인 또는 동료 교사가 민원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았거나 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고, 94.9%의 교사가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에서 교권 침해 의혹으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과도한 민원 탓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97.6%의 응답자는 'S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정경희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6년간 100여 명의 공립 초·중·고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동안 교사들은 교권 붕괴를 걱정하고 인권 회복을 외쳤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고인은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요. 허지웅 작가는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겁니다"라고 짚었습니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장소가 학교가 아니었다면, 교육계는 그의 죽음을 다시 한번 개인 사정으로 판단했을 겁니다. 그리고 101번째 죽음으로 남았겠지요. 그렇기에 공교육 현장의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을 한 교수의 '고인의 죽음이 개인적인 사인일 수 있다'라는 식의 차갑고 가벼운 견해는 참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