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 운암 김성숙 학술심포지엄'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찬 광복회장이 육군사관학교 내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논란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통고도 못 받았고 저에게 의견을 청취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시킨 것으로는 저는 전혀 볼 수가 없는 것이 엉뚱하게 튀어나왔다"면서 사실상 국방부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육사 출신인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절친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부친으로,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는 '아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국방부나 육사가 갑자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저도 이런 점에 대해서 불가사의하다"며 "저도 사실 사전에 아무런 통고도 못 받았고 저에게 의견을 청취한 일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지금 할 일이 얼마나 태산같이 많나. 뭐가 그리 급한지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 우선순위, 급한 것 1번이라고 보지를 않는다"며 "(흉상 이전 추진에 대해) 저는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 회복 이후에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대통령실에서 이른바 '역사 전쟁'을 본격화한 것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봤다.
이에 대해 그는 "윤 대통령이 정치 출범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간 데가 우당 기념관이었다. 그 다음에는 정치를 시작하는 선언을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했다. 그러니깐 그분의 근본은 독립운동이 모든 것의 베이스다. 그 위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질서를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에 (국방부) 장관이 하는 일은 윤 대통령이 시킨 것으로는 저는 전혀 볼 수가 없는 것이 엉뚱하게 튀어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가 최소한 대통령실의 용인이나 묵인 없이 실행될 수 있겠냐'는 사회자의 지적에도 "(흉상 이전) 그게 그렇게 급한 일로, 대통령에게 진언을 해서 결심을 받았을까 하는 데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다"고 답했다.
"홍범도 흉상 철거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
이 회장은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전력을 문제 삼는 국방부나 여당 일각에 대해서도 "그러한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62년 대한민국의 제2등 훈장을 줬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다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훈장을 줬을 텐데 공산주의 이력만 자꾸 따지게 되면 그분에게 훈장 중 대한민국 정부는 무슨 꼴이 되나"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논란으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이전하는 것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고도 질타했다.
이 회장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당시 북한과의 갈등을 거론하면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해 온 것은 어떤 면에서 북한에게 '여봐라, 항일무장투쟁한 (김일성보다) 위대한 분이 계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행사라고 봤다"며 "그런데 지금 만약 흉상을 치워버린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것을 맞춰주는 결과가 되는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이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홍 장군을 비롯한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을 육사 교내에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흉상 설치 관련) 여러 분들이 독립군의 역사를 우리 국군의 역사와 연결해서 이렇게 승화·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해서 저도 찬성을 했다"며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그 다섯 분이 사실상 독립전쟁의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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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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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장 "홍범도 흉상 이전, 사전 통고 못 받았다... 의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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