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8월 31일 사망)의 빈소.
김화빈
이날 고인의 전 동료라고 밝힌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 화목한 가정이었고, 시어머니가 딸처럼 고인을 아꼈다"며 "고인은 동료와 학생들을 대할 때 현명하고 지혜로웠다. 오지에 봉사를 다녀올 정도로 (마음씨가) 따뜻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고인이) 과거 서울대에 합격했음에도 바로 학교로 발령받고 싶다는 생각에 교대를 진학했을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했다. 문제가 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었다"며 "고인의 사망 원인을 육아 등 개인적인 것 때문이라고 보는 것에 화가 난다. 교권침해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권침해의 원인을 개별 교사의 무능으로 몰아가려는 시선이 있는데 현직에 있는 교사 중 이 문제를 겪지 않은 교사가 없을 것"이라며 "동료들이 못 버티고 명예퇴직하거나 병가를 신청하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대학 동기라고 밝힌 C씨는 "고인이 먼저 연락하는 편인데 최근 1년간 교류하지 못했다. 힘들어서 연락을 못 했던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고인은 열심히 살아내려고 늘 애쓰는 사람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교사들은 집단적 우울감에 빠져있다"며 "다들 얼마나 마음이 아프길래 고인을 알지 못했던 선생님들이 부조하고 근조화환을 보내겠나. 다 한 마음으로 이번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하고 아파한다"고 전했다.
고인의 대학원 동기 D씨는 "수업을 대충 듣는 법 없이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열심히 들으셨다"며 안타까워했고, 같은 교회 신자인 E씨도 "남한테 피해 끼치지 않는 신앙심 깊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피 토하는 심정... 철저히 조사하라"
고인은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으로 질병휴직 중이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과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교원단체들은 교내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 49재를 앞두고 초등학교 교사가 잇따라 숨지자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선생님께서 왜 스스로 고귀한 목숨을 버리셨는지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관할 교육청도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을 내고 "다시는 교사가 스스로 죽지 않게 하는 교육 현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게 또 다시 동료를 떠나보냈다"며 "현실이 참담하고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이초 교사 사망의 진상 조사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정을 지켜본 동료 교사들의 마음속에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며 "연이은 교사의 죽임에 대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고 모든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학교 측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학교에서는 9월 1일 두 차례 부장회의에서 '학교에는 책임이 없으며 고인의 사망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교사들에게 이야기했다. 동료교사들에게는 학교 얘기를 밖으로 발설하지 않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국의 교사들의 마음을 담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교육·경찰당국에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