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한씨가 오 협회장이 깰 격파물을 설치하고 있다.
고양신문
오 협회장에 따르면 태권도를 비롯해 격파 시합을 운영하는 타 종목에서도 고양시격파협회가 제작한 규격화된 격파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격파의 저변 확대와 정식 경기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규격 격파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석의 경우 돌의 결만 잘 파악하면 아무리 많은 격파물이 있어도 적은 힘을 들여서 깰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운에 따라 선수들의 기록도 달라졌어요. 자체적으로 격파물을 만들어 특허를 냈고, 다른 종목에서 격파 시합할 때는 저희 격파물을 사용하죠."
격파는 위력격파, 속도격파, 기술격파로 나뉜다. 위력격파는 격파자의 힘을 측정하기 위한 격파 기술로 고정돼 있는 격파물을 깨부수는 기술이다. 속도격파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격파물을 얼마나 깨부술 수 있는지 측정한다. 기술격파는 주로 태권도에서 하는 시범 격파와 같다. 격파협회에서 훈련하고 대회를 운영하는 격파 방식은 주로 위력격파와 속도격파다.
오 협회장이 말하는 격파는 '파사현정'(破邪現正)의 철학을 가진 스포츠다. 깨뜨릴 파, 간사할 사, 나타날 현, 바를 정. 파사현정은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자신을 단련하고 격파물을 격파하면서 사사로운 생각들을 버리는 게 격파의 핵심이다.
"먼저 나를 단련하고 격파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사사로운 생각을 깨뜨리고 나 자신을 극복하는 거죠."
"송판 한 장이어도 완전히 다 깨는 게 중요"
격파는 많이 깨는 것보다 완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10장의 격파물을 깨더라도 몇 장을 두고 10장을 깼는지에 따라 점수도 달라진다. 기존의 격파는 얼마나 많은 격파물을 두고 깨느냐에 따라 우승이 갈리면서 격파물을 많이 두는 데에만 집중했다.
"10장을 두고 10장을 깬 사람과 12장을 두고 10장을 깬 사람 중 완파에 가까운 사람이 진정한 격파를 했다고 봐요. 아무리 송판 한 장이어도 완전히 다 깨는 게 중요한 거죠."
종목 안의 격파가 아닌 독립된 종목으로서의 격파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격파협회는 그동안 숨어있던 격파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격파만을 위해 모인 격파 동호인들이 전에는 호두, 유리병 등을 깼다면 지금은 규격에 맞는 격파물로 훈련한다. 오 협회장은 '차력', '태권도 속 격파' 등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격파의 스포츠화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격파가 전통무예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나아가 무형문화재로 만들고자 하는 게 협회의 큰 목표입니다. 당장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격파의 역사를 발굴하고 격파를 꾸준히 해오신 분들도 찾아내면 씨름처럼 전 세계에 격파를 알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