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과정을 보도하는 NHK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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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염수 해양투기가 장기간에 걸쳐 전 지구적 규모로 바다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핵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양 투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면 이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 이번 투기 이전에도 후쿠시마 사고 발생 이후 수없이 오염수가 바다로 흘렀다. 그 누적적 영향에 관한 평가도 없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오염수를 바다로 버린다면 더욱더 심각한 방사능 해양 오염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오염수의 해양 방출 방법과 도쿄전력 및 일본 정부의 관련 활동은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IAEA는 이 최종보고서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이 사람 및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를 환영하면서 이를 근거로 오염수 해양 방출에 국제적 인증을 받은 것처럼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IAEA가 이런 내용으로 보고서를 최종 마무리하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 예측되었던 일이었다. IAEA는 '원자력 이용'을 추진하기 위한 기관이다. 핵 이용 확대에 방해가 되는 보고서를 발표할 리가 없고 환경 보호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위험성을 언급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미명 아래 핵발전을 사용하게 된 지 반세기 이상이 지났다. 핵발전을 하는 국가는 현재 33개국이며 전 세계에 400기가 넘는 핵발전소가 존재한다. 일본은 1965년 상업용 발전소로 도카이 핵발전소를 처음으로 가동한 이후 70~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은 총 54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었다. 태평양전쟁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비극을 겪었던 일본에서 핵발전소가 이렇게나 많이 건설된 것은 아이러니였다.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에서 사상 최대 핵발전소 사고가 난 것은 더더욱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은 피폭 피해에 대해 꾸준히 호소했지만 그 목소리는 일본 정부와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등 방사능 피해를 왜곡·축소하는 기관 및 세력으로 인해 외면되어 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묵살된 것처럼 이번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왜곡되고 과소 평가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문제가 된 것은 방사능 오염수만이 아니다. 사고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방사선량이 꽤 높은 지역에 주민들을 귀환시키거나 방사능 오염토를 공공시설에 재이용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 2세들의 건강 피해가 인정되지 않은 것처럼 향후 일본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로 긴 시간에 걸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 각종 건강 피해에 대해 진지하게 조사하고 인과관계를 밝혀 국가가 나서서 치료를 해줄 리 만무하다.
한일 모두 핵발전 확대로
염려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후 일본에서는 핵발전 확대 정책에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린 것처럼 보였다. 핵발전소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한때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췄고 핵발전소 재가동을 일정 정도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핵발전소의 수명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제한하는 법적 제도가 도입되어 노후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핵발전소를 위주로 총 15기의 폐로가 결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또다시 핵발전 확대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기시다 정부는 올해 4월, 핵발전 재가동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GX(그린트랜스포메이션)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핵발전소 운전 40년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핵발전소 재가동 추진과 신규 건설까지 포함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각지에서 핵발전소 재가동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현재까지 총 11기가 다시 가동을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