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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출생 못 보고 전사한 20세 군인... 73년만에 가족 품으로

경북 포항 발굴 6.25전사자 유해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

등록 2023.09.15 11:42수정 2023.09.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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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동근 일병 전체 골격 사진
고 박동근 일병 전체 골격 사진국방부 유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5년 경상북도 포항시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육군 제26연대 소속 고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이번 신원확인은 병적자료 등을 바탕으로 유가족을 찾아가는 기동탐문을 통해 밝혀졌다.

국유단 기동탐문관은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를 전라북도 익산시로 파악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과 비교해 고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박영식씨를 지난 2022년 10월에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그 이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해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고인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게 됐다. 고 박 일병은 유해발굴을 개시한 이후 216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유해발굴 조사팀은 지역주민들에게 유해의 소재를 물어보는 탐문 활동을 했고, 주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고인의 희생과 헌신의 흔적을 추적했다.

조사팀은 6.25전쟁 중 흩어져 있던 유해를 수습하여 도음산 정상 부근에 매장했다는 당시 부역 동원 지역주민의 증언에 따라 2005년 3월경 전문 발굴병력을 투입, 좁은 공간에 겹겹이 쌓인 다수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었다.

뱃속 아기 두고 전장으로... 아빠를 만나지 못한 딸


박동근 일병은 국군 제26연대 소속으로, 낙동강 방어선인 포항 전투(1950. 8. 18.~9. 22)에 참전했다 전사했다. 포항 전투는 국군의 동부전선을 돌파해 부산으로 조기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의 계획을 국군이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저지함으로써,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전투다.

1929년 9월생인 고인은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 전쟁이 발발하자 입대했다. 입대 당시 배우자는 임신 중이었다. 고인이 전사한 후 혼인신고 없이 출생한 딸은 불가피하게 큰 형의 호적에 올려졌다. 이 딸은 서울에서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최근 아버지의 유해를 보지 못한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14일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는 유가족의 자택에서 열렸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6.25전쟁으로 당시 산야에 묻혀 계셨던 '전사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행사'다.

행사는 유가족 대표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조카 박영식씨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가슴이 뛰어올랐다. 삼촌의 얼굴도 못 본 채 유해만이라도 보고 싶었던 누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며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국가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고 박동근 일병 #국유단 #6.25전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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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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