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국립공원 최고봉인 올림포스산허리케인릿지를 너머 계곡에 하얀 눈을 담고 있는 올림포스산
CHUNG JONGIN
우리는 8월의 마지막 주말을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첫 선택지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 공원 중앙에 솟아 있는 최고봉인 올림포스산(2,428m)과 올림픽 산맥의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 있는 해발 1,767m에 있는 허리케인릿지(Hurricane Ridge)를 택했다.
주차하는 차량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소식에 숙박지가 있는 포트 에인젤레스(Port Angeles)에서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경사가 심한 약 29km의 산길을 굽이굽이 돌며 올라가니 넓은 주차장이 나왔는데, 주차장 곳곳에 임시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방문자센터는 장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알고 보니 지난 5월 발생한 화재로 폐쇄된 상태였다.
산에서 반나절 이상을 보낼 생각으로 클라헤인릿지(Klahhane Ridge) 트레일을 거쳐 허리케인릿지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에인젤레스산(Mount Angeles: 1,967m)을 가기로 했다. 에인젤레스산은 한라산과 높이가 비슷하나 워낙 높은 곳에서 시작하니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썬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까지 4km 정도의 넓은 산길을 지나 경사면에 조성된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앞에는 겹겹이 포개진 산봉우리가 보이고 뒤돌아보면 허리케인릿지를 너머 계곡에 하얀 눈을 담고 있는 올림포스산이 보였다.
노출된 능선과 야생화로 가득한 숲을 번갈아 걸어 큰 내리막길로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 오른쪽에 "TRAIL"이라는 표지판이 있어 우리는 갈등 없이 그쪽을 택했다. 길은 계속 내려만 갔다. 정상을 가야 하는데 내리막길이라니. 불안했다. 그래도 앞뒤에 젊은 일행이 있어 다소 안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