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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 지난 식재료 썼다' 제보했더니 '사람 취급 말라' 괴롭혀

범LG가 '아워홈', 직장 내 괴롭힘 시정 처분 받고도 내부고발자 공갈미수죄로 고소까지

등록 2023.09.26 15:12수정 2023.09.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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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LG유통에서 독립한 종합식품기업이자 위탁급식업체 '아워홈'의 홈페이지 첫 화면.
2000년 LG유통에서 독립한 종합식품기업이자 위탁급식업체 '아워홈'의 홈페이지 첫 화면.아워홈 홈페이지


'범LG가' 종합식품기업이자 위탁급식업체인 아워홈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한 사실 등이 적발돼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러한 사실을 공익제보한 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도 시정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 직원을 공갈미수죄로 고소까지 하면서 '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서울식약청)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자료에 따르면, 아워홈이 경기도 파주시의 한 위탁급식영업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했고, 이러한 사실을 내부고발하고 제보한 직원을 두고 조리실의 조리장과 조리원이 "사람으로 취급하지 말라"라고 괴롭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서울식약청과 고양지청은 최근 각각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과 직장 내 괴롭힘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에 아워홈은 행정심판을 청구해 영업정지 7일로 감경받았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이자 공익제보자인 전직 직원에 대해서 공갈미수죄로 고소했고, 경찰은 최근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아워홈은 고소장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계란을 사용한 적이 없고, 세탁용 세제로 조리소도구를 세척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공익제보로 5곳 위생점검... '파주 2점'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확인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공익제보자 A씨에게 보낸 '민원 처리결과 안내' 공문. 서울식약청의 위생점검 결과 아워홈이 맡은 한 위탁급식영업소가 식품위생법 44조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공익제보자 A씨에게 보낸 '민원 처리결과 안내' 공문. 서울식약청의 위생점검 결과 아워홈이 맡은 한 위탁급식영업소가 식품위생법 44조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오마이뉴스
 
먼저 서울식약청은 지난 4월 공익제보를 바탕으로 아워홈 위탁급식영업소에 대한 위생점검을 실시했다. 위생점검 대상은 아워홈이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위탁급식영업소 5곳이었다. 이렇게 실시한 위생점검 결과 아워홈의 위탁급식영업소인 한 곳에서 '식품위생법 44조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식품위생법 제44조는 '소비기한이 경과된 제품·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제조·가공·조리·판매의 목적으로 소분·운반·진열·보관하거나 이를 판매 또는 식품의 제조·가공·조리에 사용하지 말 것'(제1항)을 규정해놓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서울식약청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뒤 관할관청인 파주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파주시는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에는 경고, 과태료, 영업정지 등이 있다. 하지만 아워홈은 파주시를 상대로 영업정지처분 취소청구(행정심판)를 냈고, 결국 '영업정지 15일'은 '영업정지 7일'로 감경됐다.


이러한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데에는 아워홈 내부 직원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22년 6월 아워홈에 입사한 A씨(2022년 6월~11월까지 근무)는 위생 상태 불량과 근로규칙 위반사항 등을 본사 윤리경영팀에 내부고발했으나 개선되지 않자 공익제보를 했다. 이 공익제보가 서울식약청의 위생점검과 파주시의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것이다.

A씨는 서울식약청에 공익제보를 하기 전 파주시 위생지도과에도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사용, 위생위반 사항 등을 신고했다(2022년 9월).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 사용(식품위생법 44조 위반)은 인정받지 못했고, 아워홈은 '식품위생법 제3조 위반'으로만 과태료 50만 원(행정처분)을 부과받았다. 식품위생법 제3조에 따르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의 제조, 가공, 사용, 조리. 저장, 운반, 진열할 때는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해야 하고, 사용하는 기구와 용기, 포장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A씨가 파주시와 서울식약청에 제보한 내용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 보관과 사용, 교체하지 않은 앞치마와 마스크 미착용, 조리하던 장갑으로 음식 집어먹기, 바닥에 떨어진 음식 바트(재료나 음식을 담는 통)에 담기, 조리실 출입구에 소독발판 미설치 등이었다.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 향해 "사람 취급하지 말라" 괴롭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이 아워홈 전직 직원 A씨에게 보낸 '사건 처리결과 확인' 공문. 고양지청은 내부고발자이자 공익제보자인 A씨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이 아워홈 전직 직원 A씨에게 보낸 '사건 처리결과 확인' 공문. 고양지청은 내부고발자이자 공익제보자인 A씨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지시를 내렸다.오마이뉴스
 
문제는 이렇게 내부고발과 공익제보를 한 A씨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A씨가 본사 윤리경영팀과 파주시에 아워홈 점포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실을 잇달아 제보하자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점포와 본사에 문제점을 말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괴롭힘만 심해졌다"라며 "그곳에서 제 별명은 '위생감독관', '그림자'였고,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리업무 보조로 채용됐지만 (내부고발, 공익제보 이후) 결국 조리실 안에서 조리실 밖(홀)으로 쫓겨났다"라고 전했다.

결국 A씨는 구지은 아워홈 대표를 상대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두 차례 진정을 제기했다(2022년 9월과 12월). 첫 번째 진정 때는 실시하지 않은 위생교육에 서명하라고 강요한 것만 인정됐지만, 두 번째 진정 때는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 아워홈 측은 "1차 때에는 고양지청에서 '해당 없음'으로 나왔는데 A씨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세게 넣으니까 기관에서도 최소한의 시정조치를 얘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고양지청의 '사건처리결과 회신' 공문에 따르면, B 조리장이 조리실의 다른 직원들에게 "(A씨는) 6개월이면 끝나, 그냥 없다고 생각해라", "(A씨를) 사람 취급하지 말라", "6개월 동안 내 주방에 들여놓지 않을 거다"라고 말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C 조리원도 다른 조리원들에게 "(A씨를) 사람 취급하지 말라"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조리실에서 조리장과 찬모(조리원)의 말은 '법'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확인한 고양지청은 B조리장과 C 조리원을 징계하고,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B조리장은 지난 6월 퇴사해 징계 등의 조치가 불가능했고, C 조리원에게는 지난 8월 경고장을 발부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이수를 명령했다.

고양지청은 "위 사건을 조사한 결과 가해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확인되어 가해자들에게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시정지시를 했고, 시정이 완료되었음을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워홈은 지난 3월 A씨에게 보낸 공문에서 "당사는 회신된 자료를 바탕으로 귀하의 피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당사 내부지침 및 노무사 등 전문가의 의견 등에 따라 적정한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향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아워홈은 이후 A씨를 공갈미수죄로 고소했고, 경찰은 최근 조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고양지청)로 송치했다(19일). 공갈미수죄란 '공갈을 실행에 옮겼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를 가리킨다.

아워홈측 "유통기한 지난 재료 사용 안해... 수사 결과 보고 조치 취할 것"

아워홈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서울식약청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사용해서 조리하지 않았다"라며 "폐기용으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적발됐을 뿐이다, 그래서 (행정심판을 통해) 그런 상황을 소명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은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한 뒤 "현장에 나가 조사하고, 같이 일한 동료들 얘기를 다 들어봤는데 (A씨와 회사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었다"라며 "A씨의 몇 가지 요구가 있었는데 금전적 요구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금전적 이득을 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의 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주장들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기업 이미지나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어서 그것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고소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려면 당한 사람(피해자)과 상황이 발견돼야 하는데 저희 조사 결과에서는 조치를 취할 만한 근거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자체 조사에서는 피해입은 것들이 발견되지 않았고, 직장 내 괴롭힘의 근거가 없어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처벌(징계)하는 것도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조사를 통해 정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라며 "그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입은 게 있다면 회사는 회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워홈은 A씨에 대한 공갈미수죄 고소장에서 "파주지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달걀을 사용하거나 세탁용 세제로 조리소도구를 세척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협박하거나 언론에 허위제보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를 공갈하여 100억 원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적었다.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 A씨 "제 치료의 시작을 위해 사과하라고 했을 뿐"
 
 아워홈 공익제보자 A씨는 지난 3월 직장내 괴롭힘과 공익제보 후유증으로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공항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를 진단받았다.
아워홈 공익제보자 A씨는 지난 3월 직장내 괴롭힘과 공익제보 후유증으로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공항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를 진단받았다.오마이뉴스
 
하지만 A씨는 "100억 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가해자들은 멀쩡히 일상을 살고 있고, 아워홈 일로 자살까지 시도한 적이 있다"라며 "퇴직 후 아워홈 사람들을 처음 대면했을 때 '당신들이 생각하는 내 목숨값은 얼마입니까? 식대로 계산하나요? 수치스럽네요, 아워홈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을 때 제가 살아있지 못하면 100억 원을, 1000억 원을, 1조 원을 줘도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고 울면서 말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상에 대한 것은 작년 10월 25일 아워홈에서 먼저 저에게 전화해서 3개월 치 급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때에도 저는 '보상은 필요없다,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라며 "'협의담당자'라는 사람과 지난 4월에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도 제가 요구했던 것은 '제 치료의 시작을 위해 정말 사과할 생각이 없으신가요'였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공익제보 후유증으로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공황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를 진단받았다(3월). 담당의사는 "과거 직장 근무 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 수면장애, 공황발작, 초조, 자살 충동 및 자살사고 증상 등이 심화되어 일상생활에 현저한 저하 및 어려움 지속"된다며 "향후 부정기간의 집중 치료 및 추적관찰, 안정 가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아워홈은 지난 1984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식자재 공급을 맡았던 FS(Food Service) 사업부로 출발해 1997년 '아워홈'(OURHOME)이라는 급식브랜드를 개발한 뒤 2000년 아워홈으로 독립했다. 식자재 공급으로 시작한 사업 영역을 급식, 외식, 식품(제조와 유통), 기내식, 호텔업 등으로 확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강원도 고성 세계 잼버리 대회 공식 식재 공급업체(1991년), 대전엑스포 공식 식당 운영 업체(1993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급식 부문 공식 후원자(2015년), 새만금 잼버리 대회(2023년) 식음료 공급 후원사로 지정되거나 참여했다. 
#아워홈 #식품위생법 위반 #직장내 괴롭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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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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