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대왕상(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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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은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577돌 한글날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국어기본법 제20조에 따라,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
'기념(記念)'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뜻깊은 일이나 사건을 잊지 않고 마음에 되새김"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한글날에 훈민정음 반포를 기억하고 그 숭고한 뜻을 가슴에 되새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석 연휴 6일이 끝나고 또 찾아온 연휴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한글날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념의 의미는 빛이 바래기 일쑤다.
'킹 받는다'는 MZ세대 언어... 외래어 사용도 늘어
'MZ(Millennial+GenerationZ)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아이들은 어떤 말과 글을 사용할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희한한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어법을 무시하면서 한글을 정체불명의 언어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기성세대가 도무지 따라잡기 힘든 MZ 세대의 언어생활 일면을 들여다보자.
이건 일부 어른들도 해당되지만, 요즘 아이들은 "개맛있어", "개좋아" 이런 표현을 즐겨 쓴다. 접두사 '개-'를 '매우' 또는 '정말'이라는 뜻의 부사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개살구', '개고생' 이렇게 명사 앞에 붙는 접두사를 제멋대로 형용사 앞에 가져다 붙인다. 국립국어원 누리집 <온라인가나다> 답변 사례에 따르면, 형용사 앞에 붙는 접사 '개-'의 용법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다른 신조어를 살펴보자. 웃음소리(ㅋㅋ)나 눈물(ㅠㅠ), 윙크(;-)) 등의 그림말(이모티콘)은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되었으니 빼고, MZ 세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나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하는 아래 표현들 중 과연 몇 개나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지 헤아려 보길 바란다. 물론, 상당수는 이미 해묵은 표현이 되었고,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다른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어쩔티비", "킹받네", "머선129", "점메추", "좋댓구알", "설참", "웃안웃", "젊꼰", "케바케"
신조어뿐만 아니라 외래어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올해 3월 발간한 '2022년 국어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외래어가 우리말을 상당 부분 밀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전국의 만 20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2천 명 중 평균 41.8%가 결혼한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부인을 소개할 때 '와이프'라고 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아래 그림 참조). 20대는 65.3%, 30대는 68.1%가 '집사람' 또는 '아내' 대신 '와이프'라는 호칭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