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남소연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당무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일로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 삶이 어렵고 또 국가적인 여러 위기 상황들로 인해서 국민들께서 가지는 불안함과 불편함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인식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앞으로도 오롯이 국가와 국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 다짐의 말씀을 드리며 (최고위를)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민생'과 '정부의 무능'으로 이날 발언의 첫 운을 뗐다. 그는 "민주당과 대한민국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것"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정부 여당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으로 국민의 삶과 이 나라 경제,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의 제1과제는 그래서 바로 민생을 지키고 평화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진척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고 국민들의 삶과 민생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래서 국가의 역할과 정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국정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 무능과 폭력적인 행태의 표상이 돼 버린 내각을 총 사퇴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는 "내각 총 사퇴"... 당 향해 "체포동의안 표결 왈가왈부 말라"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경제와 민생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좋은 책상, 좋은 건물 위에 앉아 세상을 보면 평화롭고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일상조차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월세를 내고 원리금 갚고 직장 구하기 어렵고,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우리 민초들은 그야말로 삶이 지옥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고 막연하게 기대할 게 아니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기술 발전에 힘쓰고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 위해 국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헀다.
이어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 등 내용이 포함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여야 협치의 시작점으로 삼자고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과 같은 전 세계가 비웃을 무지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을 다시 재고하길 기대한다"며 "정부의 (내년도)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여야 간 협의와 토론을 거쳐 경제와 민생을 살리자"고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국민들에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의 어깨가 무겁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정부의 폭압으로 대한민국 시스템이 붕괴되고 과거로 퇴행하는 일들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정부의 잘못된 점을 엄하게 꾸짖는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려면 우리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며 "단결과 단합 위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혁신을 통해 국민 기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이 절박하다. 그런 문제로 우리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치가 않다"며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고 힘을 줘 말했다.
사실상 지난달 본회의에서 그를 향해 청구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른 바 '가결파' 의원들을 징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의대 정원 확대, 여야 힘 합친 성과 사례로 만들자"
이 대표는 한편으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관련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정부에 한 가지 칭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선언했다"며 "이번에야말로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의제를) 던졌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슬그머니 철회하고 '내가 언제 그랬냐', '내가 그때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할 게 아니라 말을 했으니 반드시 실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공공의료 확충과 필수 의료 확대 관련 정책을) 빈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첫 사례로, 어렵지만 국민 뜻에 부합해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첫 사례로, 여야가 힘을 합쳐 처음으로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첫 사례로 삼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앞두고 오전 8시 30분께 국회 본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번 들어보자"고 답했다. 그러나 이른바 '가결파' 징계에 대한 입장이나 지명직 최고위원에 대한 인선 등 제반 질문에는 말을 아낀 채 당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