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앞에 선 권은비 예술감독. 뒤로 세 개의 빌보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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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그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된다. 길에는 3개의 빌보드(게시판) 등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고, 핼러윈 축제 기간 전인 오는 26일 오전 11시에 공개된다.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의 제안으로 올해 1월부터 이번 작업의 예술감독을 맡은 권은비 작가를 21일 오후 이태원에서 만났다.
권 감독은 "절대 추모 공간 조성을 끝으로 이태원 참사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법을 제정하고 사회가 책임을 다해 반복되는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감독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진상규명도, 특별법도 없이 맞는 1주기... 나아갈 길 고민 계속"
-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어떤 공간인가.
"이곳이 참사 현장이라는 사실을 오랜 기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안전이라는 단어도 함께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유가족 협의회, 시민사회 활동가, 지역 시민, 상인 등 많은 이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공간 조성을 진행했다.
중요한 메시지는 '미완성'이다. 임시적 중간 형태의 설치물인 셈이다. 창작자로서 미완성의 뭔가를 내놓는다는 게 모순적일 수도 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아직 진상규명도 안 됐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통과가 안 되지 않았나. 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추모 공간을 조성했고 끝이야'라는 식으로는 절대 가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
- 3개의 빌보드에는 각각 어떤 내용이 담기나.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는 매개체로 빌보드가 활용된다. 내용은 2개월에 한 번씩 교체할 계획이다. 첫 번째 빌보드에는 이 길의 의미를 담는 글이 들어간다. 두 번째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들어간다. QR코드를 통해 웹 페이지에 방문해 추모의 마음을 남길 수 있다. 세 번째는 예술가들의 시각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물이다. 처음에는 황예지 사진작가의 작품이 들어가고, 다음으로는 디자인 그룹 일상의실천의 작품이 예정돼 있다."
- 희생자들 가운데 외국인 피해자들도 많지 않았나.
"총 26명의 외국인 피해자가 있었다. 그들을 포함해 희생자들의 사용 언어를 살펴보니 총 14개더라. 그래서 그 언어들을 모두 담았다.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할 때, 외국인 희생자들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 공개를 앞둔 마음은 어떤가.
"정말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든 공간이다. 유가족 협의회와 대책 회의에 함께하는 활동가들이 정말 열심히 애쓰고 투쟁했다. 그래서 뭔가 '완성했다'라는 안도는 들지 않는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특별법 제정까지 나아갈 것인가, 기억과 안전을 위해 시민들과 어떤 소통을 더 해나갈 것인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여당의 반대로 아직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재난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유가족들이 특별법을 만들려고 싸워야 한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 한 유가족들의 아픔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특별법을 매번 만드는 것도 소모적인 일이고, 얼마 전 국민동의청원이 이뤄진 생명안전기본법 등의 제정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법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법 외에도 사회가 가져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있지 않나. 그런 사회의 몫을 충분히 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유가족이 아닌 국회의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나. 가장 먼저 사과받아야 할 유가족은 피하고,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에게만 사과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특별법은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모두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들이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계속돼야... 참사 기억과 희생자 애도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