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천에서 서식하는 오리 한 쌍이 졸고 있다.
곽규현
틈틈이 온천천을 따라 걷다 보면, 운동하는 시민만 만나는 게 아니다. 하천 물속에서 잉어와 붕어, 피라미 같은 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속에 이런 물고기가 많다는 것은 하천의 수질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증거다. 물고기가 많아지니 오리도 개체수가 늘어 하천 곳곳에 무리지어 떠다니며 먹이활동을 한다. 왜가리도 긴 다리와 긴 목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하천을 서식지로 살아가는 생물들을 만나는 것은 산책길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처럼 온천천은 바쁜 일상에 쫓기는 시민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거나 건강 관리를 위해 찾는 공간이다. 다른 생물들에게는 살아가는 서식처이기도 하다. 사람이나 다른 생물들이 온천천에 어울려 공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한때 하천 개발로 오염된 하천물이 다시 깨끗해지고 생태계를 되찾아 가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이런 온천천이 집중 호우 시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하천의 수위가 평소와는 다르게 급격히 상승한다. 산책로와 운동시설이 모두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 도로에서 하천을 내려다보기도 무섭게 물살이 빠르고 거세다. 게릴라성 호우시에는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미처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9월에 집중 호우로 온천천에서는 한 시민이 빠져나오지 못해 실종되었다가 사망한 채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에 그 시민은 진입로가 통제되기 전에 하천으로 내려가서 걷다가, 올라올 때는 진입로의 차단기가 닫혀 있어서 하천으로 다시 내려갔다가 불어난 물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입로 자동 차단기 근처에 수동의 비상 버튼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온천천에는 호우 시를 대비하여 진입로 자동 차단 설비가 갖추어져 있고, 출입 통제 안내방송을 한다. 진입로가 자동 차단되기 전에 온천천으로 진입한 시민은 도로단속원이 바깥으로 안내도 한다. 또한 진입로 자동 차단기 근처에는 수동으로 입구를 열 수 있는 비상 버튼도 설치되어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비책을 나름대로 잘 마련해 놓고는 있다. 그런데, 비상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다. 온천천 관리와 운영상의 문제점이 있다면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이런 시기에 관할 지자체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