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연구팀의 김정연 박사(책임연구원, 사진 왼쪽)와 강미선 박사후 연수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적절한 보살핌이나 사랑을 받지 못할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성장과정에서 우울증 같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헤 전 세계 뇌과학자들은 '영‧유아기 양육결핍에 의한 뇌기능 손상 연구'를 해오고 있다.
특히 연구자들은 최근 뇌 시상상부(Epithalamus)에 위치한 '외측 고삐핵(lateral habenula, LHb) 영역'의 중요성을 앞세워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기능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영‧유아 때 모성결핍이 감정과 행동 변화를 조절하는 뇌 영역인 '외측 고삐핵'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청소년·성인기 때 받는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행동학적 분석을 통해 규명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의 김정연 박사 연구팀은 31일 "동물모델에서 모성 분리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도가 개체별로 다르다"면서 "스트레스 취약 정도에 따라 뇌의 고삐핵 영역에서 NMDA 수용체와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인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의해 신경세포가 다르게 제어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NMDA 수용체는 세포의 사멸과 정상세포 간의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수용체다.
우선, 연구팀은 생애 초기에 양육 결핍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가 청소년기에 보이는 우울증 행동을 조사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그룹과 잘 견디는(둔감한)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위해 생후 3일부터 17일까지 하루 4시간씩 15일간 반복적인 '모체 분리 스트레스'를 수행했다. 그 결과로 초기 만성적 스트레스 노출은 청소년기에 이르러 개체마다 스트레스 취약 정도가 다름을 행동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나아가 스트레스 회복성 및 취약성을 보이는 두 그룹 모두에서 시냅스 장기 억제(long-term depression, LTD) 기전은 손상돼 있으나, 시냅스 외 영역의 장기 억제 기전은 오히려 강화되어 있음을 전기생리학적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이런 시냅스 외 영역의 조절 메커니즘은 외측고삐핵에서 잠재적 항우울제로 주목받고 있는 케타민(ketamine)에 의해 억제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각 그룹의 뇌를 전기생리학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정상쥐나 둔감한 쥐와 달리 스트레스에 취약한 쥐는 뇌의 외측 고삐핵에서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의 반응이 과도하게 증가했으며, 시냅스 가소성도 손상됐다"면서 "이는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의해 과활성한 고삐핵이 이후 스트레스 취약 여부에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쥐의 외측 고삐핵에서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NMDA 수용체가 증가하고, 글루탐산 수송체인 GLT-1가 감소한 것도 발견했다. 그리고 약물을 처리해 고삐핵 시냅스 외부 영역의 NMDA 수용체를 활성화하자, 스트레스에 취약한 쥐는 고삐핵 활성을 낮출 수 있는 시냅스 외부영역의 장기약화 현상이 정상쥐보다 더 많이 유도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스트레스에 의한 시냅스 변화가 기존에 알려진 글루코코리티코이드 수용체를 통한 것이 아니라 고삐핵에서는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통해 시냅스 약화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정연 박사는 "외측 고삐핵 내 시냅스 외부 영역의 세포 조절 기전은 스트레스 취약 정도를 진단하는 새로운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냅스 외부 영역에서 NMDA 수용체 활성을 유도해 고삐핵 영역의 과활성을 억제하는 등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뇌연구원 강미선 박사후 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스트레스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Stress) (IF:7.142)>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