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에서 "아파서 직장을 그만두는데 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냐"고 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실업급여는 실업에 대한 급여가 아니라 구직에 대한 급여다"라고 댓글을 달자, "그렇다면 실업급여가 아니라 구직급여라고 이름을 바꿔라"라고 하였습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실업급여'의 이름은 '구직급여'입니다.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실업급여에는 구직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가 있습니다. 그중 구직급여는 많은 노동자가 알고 있듯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의 피보험 단위기간이 합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이직사유가 수급자격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즉, 구직급여는 구직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급하는 급여지만, 실업급여는 구직급여뿐만 아니라 조기로 재취업한 사람 등이 수급할 수 있는 취업촉진수당, 구직급여 등을 연장하여 받을 수 있는 연장급여, 실업의 신고를 한 이후에 질병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경우 받을 수 있는 상병급여가 포함된 것입니다.
'월차휴가'라는 단어도 그렇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부여하는 휴가인 월차는 2003년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서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1년 미만인 근로자 등에게 월 단위로 부여하는 연차 유급휴가가 월차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각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에서 규정되어 있는 진짜 '월차'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는 사업장에서 임의로 부여하는 것이기에 현재 근로기준법상의 연차 유급휴가와는 다른 성질의 휴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근' 시 주휴수당을 지급한다는 말은 어떨까요? 근로기준법 제55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하며, 동법 시행령 제30조에서 주휴일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근과 개근은 소정근로일을 다 근무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만근이란 소정근로일에 모두 출근하여 지각, 결근, 조퇴, 휴가, 병가 등이 없이 1일 소정근로일에 소정근로시간을 다 근무하는 것인 반면, 개근이란 근로계약서상 소정근로일에 결근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 근로기준법은 주휴일의 발생요건을 만근이 아닌 '개근'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주일 간에 지각이나 조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정근로일에 모두 출근하였다면 개근한 것으로 보아 주휴일 및 주휴수당 부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월차', '만근' 등, 이미 많은 노동자가 이러한 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된 것과 달리 부른다고 해서 상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해당 용어의 쓰임이 적확하지 않다고 해서 일일이 따지다 보면 원래 상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와 비슷한 다른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면 규정의 본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구직급여를 실업급여로 바꾸어 부르는 경우, 구직급여보다 실업급여의 범위가 더 넓기 때문에 구직급여가 아닌 실업급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실업급여가 그 의미를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휴수당에 만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실제 법률에 규정된 것보다 더욱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익숙하게 사용했던 용어들이 법률과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직을 하지 않고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떠한 조건 없이도 달에 한 번씩 월차휴가가 생기는지, 지각하거나 조퇴하였을 때도 주휴수당이 발생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법률에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와 해당 법률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는지 생각해 본다면,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자에 대해서 구직급여의 수급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지, 질병으로 인하여 실업 상태에 있을 때 실업 자체로 인하여 상병급여 등을 받을 수는 없는지 등 법률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에세이 속 Q&A
Q1. 질병으로 퇴사한 경우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A1. 개인 질병으로 정상 근로를 할 수 없어 퇴사하는 경우도 원칙적으로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것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질병으로 퇴사하는 경우는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질병에 의한 퇴사라 하더라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것이 의사의 소견서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치료 후 정상적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다면 고용지원센터에서는 근로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2. 주중에 지각이나 조퇴한다면 주휴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나요?
A2. 주휴수당의 지급요건인 개근이란 소정근로일에 출근한 것을 의미하므로 지각이나 조퇴는 결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지각 또는 조퇴 시간을 합산하여 8시간이 되더라도 이를 1일 결근으로 간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지각 또는 조퇴 여부, 1주간의 지각 또는 조퇴 시간과는 관계없이 1주간 소정근로일에 출근만 하였다면,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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