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낫지 않는 감기로 수액까지 맞은 어느 날
배은설
어느 날 갑자기 흐려진 한쪽 눈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눈앞에 검은 선과 점 같은 것들이 일렁이며 떠다니기도 했다.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자 '비문증'이란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유독 눈에 들어 온 단어 '노화'.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노화라니. 이제는 눈에도 노화가 오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역시 일주일 살기 여행 중이었던 나는, 노화에게 왜 하필 지금이냐 마음속으로 항의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는 인터넷 선생님의 말씀만 확인하곤 괜찮아지겠지 하며 그냥 넘겼다.
그런데 며칠 뒤,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나서 안과에 갔더니 출혈이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거라고 하시며 여행을 마친 뒤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의 한쪽 눈은 숙소 방바닥에 떨어진 작은 머리카락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 눈이 되었다. 오래 전 할머니가 씻은 그릇이 자주 뽀독뽀독 깨끗하지 않은 것을 보곤 내심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벌써 실감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렇다. 40대라는 나이는 정말로 그랬다. 남들이 흔히 말하듯 40대에 들어서자 자꾸만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커다란 당혹감이다. 불과 1년 전과 다른 내 몸이, 나는 너무 생소하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자연스러운 거지'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넓고 성숙한 마음이 나에게는 아직 없다. 그러니 점점 변해가는 몸과 친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아마도 꽤 오래이지 않을까.
다만, 그동안 주인의 큰 관심 없이도 나를 잘 건사해준 젊은 시절의 건강하던 몸에 대한 감사함은 이제 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몸이 알려주는 신호들에 겸허히 귀 기울여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