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 데이터 분석 서비스'에 등록된 2023년 종합일간지 등 주요 언론사의 촉법소년 관련 기사는 511건이다. 2015년의 85건보다 6배 증가했다. 대부분은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한 사건 기사다.
기사의 내용 중 촉법소년에 관한 정보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이고, 소년부의 심리 대상이 되며 촉법소년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정도이다.
촉법소년의 특성과 소년부 재판이 형사재판과 다른 점, 죄를 범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년원에 최대 2년까지 수용될 수 있다는 사실, 보호처분으로 교화해야 하는 이유, 범죄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 등에 관한 분석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사는 촉법소년의 특성과 범죄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부각하고 강조해서 엄벌주의 여론을 강화한다. 따라서 소년 범죄를 예방과 교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치유·회복적 사법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촉법소년의 특성
2022년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은 1만 2507명이다. 이중 촉법소년은 1020명으로 8%이다. 만 14~18세가 89%를 차지한다. 14~18세도 한 때 촉법소년일 수 있으므로 촉법소년의 재범을 예방하는 것은 전체 소년범죄 재범률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촉법소년의 특성부터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촉법소년은 대체로 초범이기 때문에 형사사법 접촉 경험이 적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며 준법의식이 낮다. 보호관찰 현장의 사례를 보자.
며칠 전 관할 지구대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보호관찰 지도·감독 중인 촉법소년 준수(가명, 13세)를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쉼터에서 가출한 후 공원에서 노숙을 하던 준수를 순찰중인 경찰이 발견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인 준수는 학교 체육복을 입고 지구대 한쪽 구석에 앉아있었다.
준수는 12살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절도 비행을 저질렀다. 무인 매장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훔쳤고, 파출소에서 조서를 작성했다. 시일이 지나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지 않자 ' 절도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혼자서 재범을 했다.
소년사건 처리 절차에서 경찰 입건 및 검찰 송치, 소년부 송치를 통해 소년이 법정에서 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5~6개월이 소요된다. 사건 발생 직후 사법체계가 신속하게 보호처분을 결정해서 경각심을 주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촉법소년은 보호자 및 보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준수가 유아기 때 아버지는 폭력사범으로 장기간 교도소에 수감됐고, 어머니는 준수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준수는 아동복지시설과 청소년쉼터를 전전하며 유·소년기를 보냈다. 가족과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결핍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버지는 준수를 훈육하기 위해 잦은 체벌을 하였으나 실상은 가정폭력, 학대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준수는 수시로 집을 뛰쳐나갔다. 어린 나이에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촉법소년의 또 다른 특성은 주의력 결핍과 학습장애다. 준수는 잦은 전학과 주거지 변동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 수업도 따라가지 못해 무단 결석을 반복했다.
사회적 역할이 미성숙하고 대인관계가 빈약한 촉법소년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또래 관계, 특히 불량 선배들과의 관계다. 선배들은 준수에게 돈을 받고 오토바이를 빌려줬다.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했으니 돈을 더 달라고 했다. 내놓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내기 당구나 볼링을 강요해서 준수가 돈을 잃으면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았다.
나이가 어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던 준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과 인형뽑기방 지폐교환기에서 현금을 훔치고,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로 돈을 벌었다. 선배들이 준수를 불러내 폭력과 욕설, 갈취, 협박을 일삼아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하지 못했다. 결국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촉법소년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후배들을 가해하고 범죄를 학습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촉법소년은 대부분 초범이고 주로 절도·재물손괴 등 경미한 재산범죄나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만 14~18세 범죄부터 절도의 규모가 커지거나 폭력·상해·강도 등 대인 피해를 유발하는 범죄로 발전한다.
치료와 회복이 필요한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