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필 시민기자가 스스로를 '막노동 일꾼'으로 정의하며 현장 일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 '나의 막노동 일지'와 '베이비붐 세대의 애환' 두 연재를 엮은 책이 나왔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써온 공사 현장의 이야기와 베이비붐 세대의 이야기가 엮여서 책으로 나왔다. 막노동 일지를 처음 썼을 때부터 읽고 연락해온 출판사가 있었는데 그 때는 거절했다. 그런데도 꾸준히 메일을 보내왔다. 마침 <오마이뉴스>와도 베이비부머 이야기를 쓰고 있어 이 두 이야기를 엮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해보겠다'고 용기를 냈다. 덜컥 약속하니 써야겠더라. 마침 첫 번째 공사 현장 일이 끝났던 때다. 그게 올여름인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대신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생각하며 내내 글만 썼다."
- 출간 소식을 들으니 첫 기사를 보고 연재 요청했을 때가 생각나더라.
"태어나 처음 막노동을 시작했을 때다. 그때는 정말 뭣도 모르고 일을 했다. 지난해 가을 일을 시작해서 5개월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기사를 썼다. 나도 내가 이 현장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일을 할수록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어느 날인가 낮에 볕을 쬐고 있는데 나를 포함해 축 처진 어깨들이 보였다. 사실 막노동을 인생 막장이라고 폄훼하는 분위기가 있잖나. 그런데 진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인 현장이 여기다.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그 힘을 다 쏟아부으며 일하는 사람들, 우리들의 이야기를 좀 전달하고 싶었다."
- 그래서 대뜸 어떻게 시간을 내서 기사를 쓰냐고 물어봤던 거 같다.
"(웃으며) 기억난다. 첫 현장에서 쉬는 시간마다 휴대전화 메모 앱에 막노동꾼의 일상을 기록했다. 화장실을 가려면 긴 줄을 서야 하고, 점심을 해치우듯이 먹어야 하고, 먹고 나면 또 오후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바로 뻗어서 자야 하는 일상들. 겨울에는 추워서 뼈가 시리고 여름에는 더위에 진물이 나듯 땀이 흐르는 이야기들을 매일매일 기록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정리했다. 그렇게 첫 기사를 썼다."
-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개인적으로 조금 놀랐다. 1화가 나가고 바로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댓글도 많이 달렸고 좋은 기사 원고료로 10만 원이 넘게 들어왔다. 기자 이력이나 주위 사람들을 신경 썼다면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쓰기는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정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썼다. 벌거벗은 심정으로 현장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싶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오고 출판 제의도 받았다. 인터뷰 제의도 많았는데, 다 거절했다."
- 좋은 기회였을 거 같은데, 왜 거절했나.
"일 자체만 하기에도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주말에 기사 하나 쓰는 거 말고는 더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에너지를 다 썼던 거다."
"젊은 사람들에게 어설픈 훈계를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