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시가지 거리에 내걸린 '남인수 가요제' 펼침막. 진주시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게시물로 철거하기로 했다.
윤성효
지자체 등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진주문화원이 친일파 남인수(본명 강문수, 1918~1962) 이름을 딴 가요제의 후원 단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지회장 직무대행 심인경)는 비난하고 나섰다.
남인수 가요제는 남인수기념사업회가 주최해 지난 4일 진주 문산읍 쪽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진주 하대동 야외남강무대에서 행사를 열겠다며 장소 대여 허가를 받지 않고 펼침막에 게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진주시는 야외무대 운영 및 관리 규정을 위반해 장소 대여 불허를 통보했다.
문제는 남인수기념사업회가 거리에 내걸었던 펼침막에 후원 단체로 진주문화원이 표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진주문화원에 후원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고, 15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진주문화원은 답변에 응하지 않았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16일 낸 자료를 통해 "진주문화원이 남인수가요제 행사를 후원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만일 친일파 숭모 행사 후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문화원이 제시한 비전 '충국정신, 형평운동, 경의사상'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이를 규탄하고 관계 기관의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우선 진주문화원의 반민족행위자(친일파) 숭모 행사 후원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10일 후원 사실 확인 요청의 건으로 공문을 보냈다. 진주문화원의 가요제 후원 사실 여부와 후원의 방법에 관해 사실관계 확인을 정중히 요청하였으나 아직 회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새해 예산 심의를 하는 진주시의회에 "반민족행위자 숭모 행사의 후원이 진주문화원의 설립 취지와 비전에 적합한 것인지 따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진주시의회는 2023년도 제2차 정기회의 예산심의에 있어, 반민족행위자(친일파) 숭모 행사 후원의 적법성과 진주문화원과 관할 부서인 문화관광과의 예산집행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길수 진주문화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진주문화원이 후원으로 들어간 펼침막이 거리에 내걸린 건 맞지만, 가요제 행사장에는 표기가 되지 않았다"라며 "이를 두고 후원 개념이 애매한 부분이 있어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친일에 대한 찬성·반대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남인수의 친일과 예술성을 따져보는 토론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인수는 1942년 강남의 나팔수, 그대와 나, 남쪽의 달밤, 병원선에 이어 1943년 이천오백만 감격, 혈서지원 등 군국가요를 불렀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그의 행적이 올라가 있으며, 임시정부 국무위원과 정치부장, 한국독립당 감찰위원을 지낸 김승학(1881~1965) 선생이 펴낸 책 <친일파 군상>에도 그의 친일행적이 언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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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화원이 친일파 남인수 가요제 후원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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