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겨울이 오고 있음을 자각하면서도, 며칠 사이 유난스러워진 날씨를 보고는 새삼 수능이 지나갔음을 깨닫는다. 수능과는 조금 멀어진 지금의 내 나이는 스물 일곱.
책 가방에 도시락 통을 넣고 고사장으로 향한 날로부터 여덟 해가 지난 지금은 그 날이 바로 수능이라는 사실을 오후나 돼서야 알 정도로 무감각해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아 출구가 가까워오면 후련한 마음으로 털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기억 속에서 멀어지길 바랐던 게 수능이기도 했으니까.
스무 살의 나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수능은 응시했어도 대학교 원서접수를 하지 않았다보니,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관련 기사:
이재명이 언급한 '대학 대신 세계여행', 제가 해봤는데요 https://omn.kr/1t6gq ).
왜 대학에 안 갔느냐고? 첫 번째로는 가고 싶은 대학교나 마땅히 끌리는 학과가 없었던 게 주된 이유였고, 그저 성적에 맞춰서, 고등학교에 졸업하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게 정답인 것 같은 분위기에 떠밀려 원하지도 않는 학과에 원서를 넣는 게 과연 맞는가 의심이 들었던 게 두 번째 이유였다.
대학 대신 여행 간 이유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이며 승승장구하고 마치 좋은 일들만 펼쳐질 거라는 듯, 환상 가득한 말들로 현혹시키던 학교와는 다르게 교복을 벗고 학교 밖에서 만난 어른들, 그러니까 20대 후반인 현재의 내 나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이들은 학교에서 말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이를테면 성적에 맞는 학과에 진학했지만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 주변의 등쌀에 밀려 대학에 갔지만 그 의미를 찾지 못해 등록금만 날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대학에 진학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만족감을 얻으며 사는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내게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꼭 정답만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