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중학교 운동장, 이 날은 럭비 클럽 어린이들이 운동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김보민
그러고 보면 주변 친구 아이 중 운동 하나에만 죽어라 덤비는 아이는 없다. 학교 방과 후 활동 혹은 레크리에이션 센터, 동네 YMCA 등에서 운영하는 각종 스포츠를 이것저것 해보며 우리가 흔히 아는 구기 종목을 비롯한 스포츠를 조금씩 천천히 익힌다.
여름과 가을에는 축구와 야구처럼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에 참여하고, 길고 긴 겨울에는 농구와 수영 등 실내 스포츠를 주로 한다. 아이 친구 중 실력이 좋아 운동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적 부담 없이 뛰어 노느라 바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스포츠팀이 따로 있고, 대부분 학생이 한 가지 이상 스포츠팀에서 활동한다. 친구의 아이는 고등학생인데 크로스컨트리팀에서 활동한다(들판과 언덕 같은 야외를 달리는 종목, 크로스컨트리가 뭔지 몰라 검색하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스포츠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몇 시간씩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운동하러 가는 게 더 좋다. 마음껏 뛰고 달려야 하는 아이들이니 운동하면서 친구도 만나고, 체력과 운동 실력도 쌓을 수 있으니 이만한 놀이가 또 있을까 싶다.
축구, 농구처럼 팀 경기를 하는 스포츠는 혼자 하는 운동과 다른 매력도 있다. 팀원들끼리 힘을 북돋워 주고, 팀플레이가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이런 것은 책이나 말이 아닌 몸으로만 배울 수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체육 시간의 의미를 체육 선생님도 설명하지 못했다. 다른 수업의 보충 수업을 위해 자습을 하는 경우도 잦았고, 운동장에서 농구공으로 슛을 몇 번 던지다 말고 나무 그늘에서 쉬기 일쑤였다. 아무도 우리에게 운동 열심히 하라고 일러주지 않았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나와 다르게 어릴 때부터 운동과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운동을 잘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정신력으로 버티기 어려운 순간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는 체력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체력이 기본이 되면 정신력도 덩달아 향상하는 기적을 만날 때가 있다. 무엇을 하든 체력만큼 중요한 기본이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 아이들은 그 체력을 어릴 때부터 잘 쌓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알기를
흔히 운동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관심을 가진다. 나도 하프 마라톤을 참여하기 전까진 어디 가서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못 했다. 동네 몇 바퀴 달리는 것은 뜀박질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마라톤 기록이 있는 사람은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알기 때문이다.
소질이 있고, 잘하는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잘 못해도, 소질이 없어도 좋아하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소소한 행복은 잘해서 이기는 게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곧잘 승리하는 행복을 주입한다.
아이들이 운동하면서, 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길 기대한다. 그 즐거움이 순간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오랜 시간 동안 누릴 수 있는 행복이길 희망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고 싶어질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고, 더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미국인들의 스포츠 사랑을 지켜보며 양육자로서 아이들이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하기를 바라는지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운동을 잘하기보다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우리는 테니스장으로 농구장으로 간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 엄지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본다.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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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에 자리 잡은 엄마, 글쟁이, 전직 마케터. 살고 싶은 세상을 찾아다니다 어디든지 잘 사는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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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운동을 시켜?" 미국인 엄마에게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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