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화빈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연안에) 좌초된 멸종위기 해양동물 5종(상괭이·참돌고래·남방큰돌고래·긴수염고래·붉은바다거북)의 모든 개체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며 "매일 이렇게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다는 것에 빚진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몰려드는 쓰레기 속에서도 절망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일회용품을 거부하는 시민들이 있음에도 환경부는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아닌 죽이는 길을 택했다"며 "이는 생명을 아끼고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시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승인, 제주 제2공항 사업 승인, 일회용품 보증금제 전국 시행 취소 등 올해 환경부의 이력은 '배신의 이력'이다. '환경파괴부'라는 오명은 이미 우스갯소리가 됐다"며 "반환경적 행보를 멈추고 원안대로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2017년부터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카페를 운영한 길현희 제로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 대표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포장이 어렵다'고 말씀 드리며 손님들에게 너무나 죄송했지만, 세상에 이런 카페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가게가 수년간 매출을 포기하며 노력했음에도 바뀌지 않던 사람들의 인식은 정부 기조가 바뀐 다음 날부터 변화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렵게 돌아온 일회용품 규제가 또다시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이유로 두 발이 묶이고 있다"며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 정책이 후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우리는 텀블러와 장바구니에 적응해 가고 있었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환경부는) 왜 길거리에서 컵 쓰레기를 줍는 청년들의 마음을 외면하나. 진정 불편한 것은 시민들을 쓰레기산으로 몰아넣는 환경부의 안일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도 "정부가 국민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실천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종이빨대 가격이 비싸 소상공인의 부담을 얘기하지만, 커피 한 잔 가격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비용은 1%도 되지 않는다. 왜 정부만 거꾸로 달려가는지 모를 일"이라고 질책했다.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환경부(세종), 경기도의회(수원), 인천시청, 경주시청, 영산강유역환경청(광주), 김해보건소, 동대구역, 목포역, 안동시청, 전북지방환경청(전주), 전남도청 동부지역본부 청사(순천), 창원시청, 천안터미널, 제주도의회 앞에서도 동시다발로 환경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들은 범국민 서명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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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은 도산, 거북이 코엔 빨대가... 환경파괴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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