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뒤 점령한 곤포사일리지... 땅심과 소여물의 딜레마

논의 땅심 악화될 것 우려... 볏짚환원 2~3주기 권장

등록 2023.11.27 17:09수정 2023.1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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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기 이장이 볏짚 환원을 한 논에서 장점을 설명했다.
조성기 이장이 볏짚 환원을 한 논에서 장점을 설명했다.<무한정보> 최효진
 
공룡알 혹은 마시멜로라고 불리는 곤포사일리지가 추수가 끝난 논을 차지하고 있다.

곤포사일리지(silage)란 수분 함량이 많은 목초류를 사일로(Silo) 용기에 진공 저장, 유산균 발효시킨 사료를 흰색 곤포로 감아놓은 것이다.

소 축산 농가가 많아지면서 볏짚의 대부분을 소여물로 사용한다. 이제는 거의 모든 쌀생산 농가가 볏짚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1단(롤) 4만5000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논의 땅심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는 "2017년 도내 논토양의 절반 이상에서 규산 함량이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0a당 볏짚 600㎏을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도농업기술원은 도내 260개 지점의 논토양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규산 함량 기준치(157이상㎎/㎏)에 미달하는 논이 65%로 집계됐다. 규산은 벼 줄기의 표피를 튼튼하게 만들어서 병에 강하고 생육을 왕성하게 하는 등 등숙을 좋게 해 생산량을 10% 이상 증산하는 효과가 있다.  
 
 추수가 끝난 벌판에서 곤포사일리지가 펄쳐져 있다.
추수가 끝난 벌판에서 곤포사일리지가 펄쳐져 있다.<무한정보> 최효진
 
또 논토양 가운데 유기물 함량 기준치(2.0~3.0%)에 미달하는 논도 3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기물은 양분을 보유하고 유실을 방지, 토양산도 변화를 억제해 양분 유효도를 증가시켜 미질을 향상시킨다.

볏짚 환원시 토양을 '떼알 조직'으로 개선 시켜, 양분 보존력을 높인다. 또 비료 효율 증대, 토양미생물의 활동 증가 등도 장점이다. 특히 청미와 흰 반점이 있는 심복백미의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완전미 비율이 높아지며, 백미의 투명도가 향상되어 밥맛 좋은 양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볏짚을 잘게 잘라 가을갈이 할 경우, 볏짚 600㎏(10a당 생산량) 기준 ▲질소 3.5kg ▲인산 4.8kg ▲칼륨 17kg ▲규산 52kg ▲유기물 145kg의 정도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 유준재 작물환경팀장은 "3년 전에 유튜브에 볏짚 환원 영상을 올렸다. 당시 농업진흥청이 볏짚을 분석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비료 등으로 환산했을 때, 15만 원 상당의 비료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벼농가는 볏짚 환원과 사일리지를 만드는 경우를 비교해 소득이 높은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비료값 15만 원만으로 볏짚 환원 가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친환경 농가들이 볏짚을 곤포사일리지로 판매하지 않고 자신들의 논에 재투자하는 이유다. 실제로 볏짚 환원을 하는 농가에서는 환원 자체만으로도 수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충남 예산군 봉산면 대지1리 조성기 이장은 "질소 비료만을 주면 밥맛이 매우 안 좋아 질 수 있다. 또 볏짚 환원을 해, 300평당 40kg, 6만 원 어치의 쌀이 더 나온다면 1만5000원이 이익이다"라며 볏짚 환원을 권장했다.

도에서는 2~3주기 마다 볏짚 환원을 권하고 있는 만큼, 볏짚을 2~3년에 한 번은 논에게 양보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볏집환원 #곤포사일리지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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