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시조시인 작.
이경주
이경주 시조시인이 시조집 <세상너머>(도서출판 창연 간)를 펴냈다. 이 시인이 대학 다닐 때부터 써온 시조 100여편을 묶어 펴낸 첫 시조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사진을 보고나서 받은 감흥을 3·5·4·3 글자로 된 시조 종장에 담아낸 것이다. 자연에 카메라 렌즈를 맞춰 생산해 낸 사진 작품도 일품인 그가 시조 종장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인 '디카시'를 떠올리게 한다. 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찍은 자연이나 사물에 짧은 시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놓은 것이다.
'디카시'의 맛이 나면서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이를 두고 이경주 시인은 "시조의 종장 형태와 사진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은 물고기 안에 꽃을 가득 채워 놓은 벽화 그림의 사진에다 "천사의/날개를 빌려/바다마저 품었다"라고 했다.
또 시인은 창원마산 빌딩숲과 무학산을 한 컷으로 담은 사진에다 "무학산/그 허릿길에/마산이 살고 있다"라고 했다.
사진에다 시인 나름으로 해석을 붙여 놓은 것인데, 의미가 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물고기 그림은 천사의 날개처럼 보이고, 마산은 무학산과 함께 살아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풀잎을 담은 사진에다 "햇살이/바로 닿는 곳,/풀잎이 선 자리다"라고,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호수에 산과 나무가 그대로 비춰진 장면의 사진에다 "오늘은/그냥 못 보내/안달하는 날입니다"라고 해놓았다.
은행이 이주하면 가을도 떠나간다
늦가을 엷은 볕에 몇몇이 바둥거릴 뿐
하늘은 눈부시게도
겸손함을 가르친다
시조 "은행에게 배운다" 첫수.
이제는 허울 좋은 치레는 내려놓자
산이야 올라가서 내려오면 그뿐인데
인생은 되돌아올 길을
지우면서 사니까
시조 "산을 오르며" 셋째수.
사랑은 준다지만 사랑받기 위함이다
누구나 치열하고 누구나 맘 졸인다
그대로 그 자리에서
기다려 줄 순 없을까
시조 "시선의 격차" 둘째수
창원마산에서 태어난 이경주 시인은 경상국립대를 나와 대학 때 계간 <시조문학> 초회천, <시조와비평> 천료를 하며 문단에 나왔고, 터울시조문학, 시향문학회, 경남시조, 오늘의시조,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경주 시인은 오는 2일 오후 2시 마산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화를 연다.